묻은 이슬방울까지
흘러내리다 꽃 뒷등에 잠시 동그랗게 멈춘

이슬방울까지 선명한
마당 함박꽃의 한창때를
그냥 모르고 지나쳤다.
벌들이 파고들어
꿀과 꽃가루를 온통 뒤집어쓰곤 했다.
꽃가루에 취해
갈 길 잊은 놈도 있었겠지,
제 이름이 꿀벌이라는 것도.
그럼 날자, 엉뚱한 하늘로 뛰어들어,
날자, 없다 치부했던 날개를 펴고.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 황동규

                                                                                                       
                                               ... 藝盤예반 *.*
 


유지연 -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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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중년의 갈잎처럼 타버린 살결에 흐트러진 축축한 머리칼.
소년원에 잡혀간 아들과, 아는 집 아이를 보아주는 딸과, 거처도 없이, 세 식구가 헤매이
는 서울의 새벽은 안개와 연기에 휘감기었다.
그 여자. 겨울이면 식모를 살고, 더운 한철은 채소를 팔고, 노점단속에 걸리면 닷새를 살
고.
어느날. 소년원을 도망친 아들은 찾아와 돈 오백원을 졸랐다
어머니가 가진 돈 천이백원은 내일 채소를 살 돈이었건만 아들은 그 날 밤, 그 돈을 훔쳐
달아났다
그 여자. 나는 그 날 이후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탔다가, 또는 저 남쪽 어느 부두에 이르렀
다가, 수없는 그 여자를 보았다.
세상은 첩첩, 안개와 연기에 덮여 아무도 깨뜨리지 못한다. 안개와 연기, 아무도 돌아보
지 않는다. 세상은, 불현듯 돌아선다.
          < 그 여자 > / 장영수
                                                                                                       
                                               ... 藝盤예반 *.*
 



Old Lady (Bonus Track) - The Lumin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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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도를 넘어서 가는 길을
생각해 보네
이 배부름의 시대에 참답게 배고팠던 사람
이 자본주의 화사한 청량음료의 시대에
참으로 참답게 목말랐던 사람
배고픔과 목마름, 시대는 끝없이
그런 욕구들을 재생산하여
영원한 바퀴 속에 빙빙 갇히게 하네


우리의 시대정신은 위장 속에 있다
혹은 엉덩이와 목구멍
생식기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니체가 말했었지, 초인은 Uber-Mensch라고,
Uber란 위에 -라는 뜻이지,
인간의 위로 솟구치는 존재가 초인이라면
어떻게 인간의 위에 서 있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의 시대정신이 위장 속에, 엉덩이와
생식기, 목구멍 같은데 있다면
초인은 바로 그 목구멍과 엉덩이 같은 것을
위장과 생식기 같은 것을
욕망의 국도들을 뛰어넘어 있다는 것이
아닐까


국도 너머의 길을 생각해 본다


암세포를 이기는 방법은
밥을 굶고 배가 고프게 해서
암세포 스스로가 배가 고파 못살겠다고
모체를 떠나 파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듯이
가자 가자
모든 욕망의 국도를 넘어!
눈썹이 긴 낙타의 등에 올라
황금의 별빛 벼락처럼 쏟아지는 허허막막한 광막의 길로


 
                               < 솟구쳐 오르기 7 >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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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For Yourself · The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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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웠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 했다

혹.. 우리네 삶의 마지막도 이와 같을지..
미완이 예견된 뻔한 게임에 올인하고 있진 않은가..
허나.. 도리없는 외길.. 끝까지 해야 할 숙제.. 



                                       ... 藝盤  .

 

The Sweet - A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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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에 방이 여덟개쯤 있었나..?
그 중 서울출신 공대생이 있었어.
성경공부에 심취한 녀석이었는데, 이 놈이 좀 느끼해.
말투도 그렇고.. 적당히 남들에게 빌붙기도 하고,
요즘으로 치면 들이대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근데 공교롭게도 그 사람이랑 있을 때면 꼭 마주친다.
도서관이고 학생식당이고 만나기만 하면 다가와서,
예의 그 능글거리는 말투와 몸짓으로 들이대는거야.
자주 보게 된다며.. 동석하자느니, 친구 좀 소개시켜 달라느니..
그 사람도 그 사람이지만 내가 죽을 맛이야.
 
사랑할 때는 주위를 경계하고 특히 친구를 조심하라는 노래처럼..
 
근데 그 녀석.. 다쳐서 휴학하면서 하숙집 옮겼다.


                                       ... 藝盤  .


 

Dr. Hook - When You're In Love with a Beautiful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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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lah" is a song Mercury penned for his favourite housecat,
a female tortoiseshell cat, named Delilah.

학생회관에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하숙생들,
이른바 '월식생'이다.
한 달 식비가 3~4만원 정도였나?
쿠폰처럼 90장의 식권을 받았지.
 
옹기종기 모여사는 수십명의 하숙생들이 가끔씩
이벤트(?)를 한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시골돼지를 한마리 잡는 거야.
학생회관식당 영양사에게 부탁해서는,
하여간 며칠동안 지겹게 돼지고기를 먹었다.
찌개.. 구이.. 수육.. 객지에서 분투하는
하숙생들로서는 최고의 보신 기회이기도 하고.
 
월식생들의 최고의 허세(?),
친구들에게 식권으로 밥 사는 것.
그게 바로 돈이고 내 밥그릇이지만 당장 인심쓸 때야 뭐..
 
나도, 돼지두루치기가 근사하게 나오는 날
도서관에 모여있는 여신들을 식사에 초대한다.
오늘 내가 밥 살께요~~
식권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줄 서 있는 내게
객기부린다고 그 사람이 눈을 슬쩍 홀긴다.. 어~ 예쁜 고양이..


                                       ... 藝盤  .



 

Freddie Mercury - Deli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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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마음을 주고받던 그사람에게,
어느 날 찻집에서 노래를 들려줬다.
“이게 이번에 새로 나온 노래거든? 근데 노랫말이 참 아름다워.“ 
 
‘늘 나는 혼자였고 외로운 밤이 싫었어. 하지만 당신을 만나고,
내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
 길고 외롭던 밤조차도 이젠 행복한거야’  

늘 음악얘기가 생활인 남자친구를
그러려니 하고 듣기만 하던 그사람.
 
며칠 후, 그사람이 조교로 있는 연구실에서 제일 지겨운 실험수업이 있던 날 
별 생각 없이 친구랑 실험실로 들어서던 난,
지나치는 그 사람이랑 슬쩍 눈인사를 나눴는데.. 곧 이어 연구실 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음악.
 
뭐야? 무슨 노래야? 라는 친구들 속에서 가슴 뛰게 다가오는 그 노래는,
 바로 며칠 전 그 사람에게 애써 들려줬던 그 곡..  
아.. 사랑의 메아리..


                                       ... 藝盤  .


 

Air Supply - Even The Nights Are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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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아이.. 어느날 팜플렛을 한 장 건넨다.
과써클외에 교내합창써클에도 다녔던 그 아이,
정기발표회를 한다며 초대를 했어.
 
'올거죠?' 라고 건넸지만
그 녀석도 꼭 오기를 바라는 것 같지 않았고
문제는 공연장소가 대명동캠퍼스 강당인지라
압량벌에서의 나들이가 내키지가 않았지.
 
저녁을 먹고 왠지 편치않은 기분..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불쑥 하숙방을 나섰다.
낡은 군복상의에 슬리퍼 차림으로 버스에 올라
산넘고 물건너 대명동 캠퍼스로,
왠지 그땐 그냥 가서 봐주고 싶었어.
 
작은 꽃다발을 사들고 공연이 한참일 즈음에 도착,
맨 뒷자리에 앉아 멀리 무대 속의 그 녀석을 본다.
한참 후 공연은 끝나고,
관객(교내친구들이겠지만)이 우르르 무대로 올라가
꽃다발을 전하고 난리들이다.
 
객석이 비도록 그냥 한참을 보고만 있었어.
이윽고 단원들끼리 무대에서 화이팅, 하이파이브로 마무리를 하는데.
문득, 그 녀석이 객석쪽을 돌아보다 나를 봤어.
 
나는.. 영화는 영화일 뿐인줄 알았네.
그 녀석이 무대에서 뛰어내려 바람처럼 내게로 달려온다.
그리고 덜썩 껴안으며.. '왔네요, 선배?' 
 
짧은 인사, 꽃다발을 전하고 뒷풀이 가는 그 녀석과 헤어지고.
털레털레 하숙방으로 돌아오며 적당히 멍한 마음..
 
녀석이 필요한 건 사랑이었어..


                                       ... 藝盤  .


 

Vienna Boys' Choir - all you need i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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