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도 빛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골목 어귀 비 뿌리는 전봇대 밑이거나 눈보라 흩어지는 마을의 입구 어둠을 한사코 밀어내며 자신의 몸으로 등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더디고 하찮은 것들은 모두 지나가고 소란스럽고 번쩍거리는 것만이 마음에 등이 되는 때 만월처럼 그렇게 은은함도 그리워지는 법이다 종루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골목의 개들도 두 발을 모은 채 귀를 내리고 풍치를 앓는 마을도 강처럼 고요하던 때 두근거림은 영화 포스터만큼 상큼했었다 벚꽃 피는 날, 환한 날 사랑이 어떻게 갔는지 편의점 불빛은 반짝이고 저 멀리 오래 달려온 길처럼 쭈그러진 가로등 제 몸 속을 비추고 있다 < 가로등 > / 박주택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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