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 낡은 가죽소파 하나 버려져 있었네. 등받이에 붙은 상표 희미하지만 으리으리한 고관집 응접실 한 모퉁이 차지하고 있었지 싶은 소파, 겨우내 엉덩이 없는 해와 달, 별들이나 내려와 놀던 소파에 노란 꽃 한 송이 의젓이 앉아 계시네. 빤질빤질 닳은 팔걸이에 기댈 팔도 없고 너덜너덜해진 등받이에 기대 거들먹거릴 등도 없지만 그 환한 빛, 소파 위에 그득하네. 구름이 악마의 성에도 머물다 가듯이 어디에고 비와 눈을 아낌없이 뿌려주듯이, 미궁의 봄이 다 가기까지 그 환한 빛 그치지 않을 것이네.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세상 누군가의 오만한 앉음새를 상기시키는 소파가 먼지로 변하기 전에, 홀씨의 시간이 먼저 오겠네. 홀씨의 시간이 당도하면 금띠 두른 허수아비 하나 또 거들먹대고 앉아 있겠네. < 소파 위의 민들레 > / 고진하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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