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중년의 갈잎처럼 타버린 살결에 흐트러진 축축한 머리칼.
소년원에 잡혀간 아들과, 아는 집 아이를 보아주는 딸과, 거처도 없이, 세 식구가 헤매이
는 서울의 새벽은 안개와 연기에 휘감기었다.
그 여자. 겨울이면 식모를 살고, 더운 한철은 채소를 팔고, 노점단속에 걸리면 닷새를 살
고.
어느날. 소년원을 도망친 아들은 찾아와 돈 오백원을 졸랐다
어머니가 가진 돈 천이백원은 내일 채소를 살 돈이었건만 아들은 그 날 밤, 그 돈을 훔쳐
달아났다
그 여자. 나는 그 날 이후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탔다가, 또는 저 남쪽 어느 부두에 이르렀
다가, 수없는 그 여자를 보았다.
세상은 첩첩, 안개와 연기에 덮여 아무도 깨뜨리지 못한다. 안개와 연기, 아무도 돌아보
지 않는다. 세상은, 불현듯 돌아선다.
< 그 여자 > / 장영수
... 藝盤예반 *.*Old Lady (Bonus Track) - The Lumine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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