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두 개 뽑고, 솜뭉치 물고 저녁은 거르고 애꿎게 가만있는 식물도감만 뒤적인다. 오래 같이 산 꽃도 선만 보고 만 꽃도 있다. 어떤 놈은 너무 낯익어, 초면이지만. 혹 전생에 이웃 사이가 아니었을까? 쳐다보기만 하고 살다 어느 날 한쪽이 이사 간. 전생이 있다면, 나는 혹시 내 헛발질을 맛본 꽃은 아니었을까? 마을 입구에서 안 오는 버스, 안 오는 사람 기다리며 밟아 문지른 짚신나물꽃, 어쩐지 하늘보다 발밑이 훤하다 싶더니. 뭉개질 때 꽃도 이 못난 인간처럼 아팠을까? 지끈지끈 아픔 태어날 때 새삼 삶이 붙어 있는 몸의 깊이를 겪었을까? < 헛발질 꽃 > / 황동규 ... 藝盤예반 *.* 신중현 - 꽃잎 (1967) 이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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