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이렇게 설레이게 하는건 시작된 새학기의 내 비장한 각오 때문인 줄 알았는데 거울 앞에서 낭비하는 시간은 선배 볼 마음에 부풀어 있는 신입생들을 위함인 줄 알았는데 자꾸만 시계로 눈이 가는 까닭은 언제나 그랬듯 수업시간의 내 버릇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늘 너와의 약속이 날 기다리고 있더군.
<룰루루> / 양재선 ※ Love is... 남들 모두 바람둥이라고 해도 난 순정파라고 믿어지는 것 ...藝盤예반 *.*
동성로 한일극장을 건너서 동아백화점? 쪽으로 가는 골목사이에 무슨 재래식 시장이 있었나? 먹자골목이 있었나? 그 곳에 회덮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뭐 본고장에서야 그런 회는 우습지만 내륙인지라.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좁은 골목 한쪽으로 2,3평의 허름한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입구에 보면 아나고를 썰어서 둥그러니 쌓아놓고, 물오징어도 썰어놓고. 주문은 간단해, 짜장면그릇에 김이 모락거리는 밥을 한주걱 퍼 담고는 아나고나 오징어를 한주먹 얹고 무우채를 곁들여 초장을 드레싱해주면 끝. 그외에 멍게도 있었던 거 같고, 그렇게 2천원?이었는데 맛이 괜찮았어. 그 사람도 꽤 잘 먹는거 같았고 나도 즐겨 갔었지. '담에 내가 바닷가에 가서 제대로 한번 사주께~' 갈때마다 늘 벼르곤 했지, 물론 약속은 지켰지만. 하얀 쌀밥.. 하얀 아나고, 하얀 무우채.. 그리고 붉은 초장.. 근데 왜 이 노래가 생각나..?
'사랑하는 그녀랑 아빠 차를 몰고 드라이브 하다 사고가 나서, 터질듯한 타이어음.. 깨진 유리창.. 찢어지는 듯한 그녀의 비명.. 그날 밤 기억의 전부다.. 정신을 차리고,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녀의 머리를 안았어..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지.. '나 한번만 안아줘요' 난 그녀를 꼭 껴안고.. 눈물의 키스를 했어.. 우리의 마지막 키스.. 하느님이 그녀를 내게서 뺏어갔어..' Last Kiss.. ♬ 창백하리만큼 하얀.. 그리고 타버릴 것 같은 붉은.. 두 이미지는 뜬금없이(?) 늘 이 노래가 떠올라.
무지개가 웃는 건 이제 찬란한 햇살만 가득할 거란 약속.. 한가지 빛이 무한한 스펙트럼으로 노래하는 건, 그 약속이 빨강에서 보라까지, 넓은 포용 속에 기다림으로 끝까지 지켜지리라는 화답.. 'She comes in colors everywhere.. She's like a Rainbow..' ♬
내 삶 곳곳을 무지개처럼 아름다움으로 채우는 그 사람. 나의 하루 어디에서든.. 내가 바라보는 그곳에서 항상 피어있는 그 사람, 무지개라는 약속같은 사람..
... 藝盤 *.*
She's A Rainbow ·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 & The London Pop Choir
난 너에게 수북이 쌓인 우편함 앞에서의 설레임이고 싶다 난 너에게 비오는 날 커피물 끓는 소리 같은 고요함이고 싶다 난 너에게 적막을 깨는 전화벨 같은 반가움이고 싶다 난 너에게 시험 끝난 후 맞이하는 햇살 같은 기쁨이고 싶다 난 너에게 어떤 얘기도 귀기울이고 들어 줄 것같은 넓은 바다의 포근함이고 싶다 난 너에게 티끌 하나 없는 추억만이 비추이는 가을 하늘의 회상이고 싶다 난 너에게 초롱초롱 맺힌 아침 이슬의 싱그러움이고 싶다 난 너에게 어릴 적 까실까실한 아빠 턱수염 같은 그리움이고 싶다 난 너에게 네잎 클로버의 행운이고 싶다 난 너에게 단 하나뿐인 사랑이고 싶다
「 난 너에게 」 / 양재선
※ Love is...떨어져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함께 있으면 몸이 불편한 것 ...藝盤예반 *.*
난 그의 옆모습을 좋아했습니다 쌍꺼풀 없이 약간 처진 그대 슬픈 눈을 좋아했습니다 매부리의 둥글고 귀여운 그의 코를 좋아했습니다. 매 일 잘근잘근 깨물고 있는 그의 얇은 입술을 좋아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아직 그 모습 그대로여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가 예쁘다고 했던 포도모양의 목걸이도 아직 제 목 에 걸려있고 그가 어울린다고 했던 커트머리도 아직 길러지지 않았고 설탕 한 스푼을 넣고 곱게 저어주시 던 헤이즐럿 커피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으니 다행입 니다. 그때 거기서부터만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제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詩는 그대 이름 세 글자 입니다
「 프롤로그 」 / 양재선 ...藝盤예반 *.*
Still The Same · Bob Seger & The Silver Bullet Band
졸업반에게 약간의 만용이기도 했던 써클MT.. 목적지는 희방사. 어쨌든 기타를 둘러매고 그 사람이랑 따라 나섰다. 완행열차를 타고 희방사역까지 가는 길, 진짜 죽음이었어. 행락철이라 입석이고 뭐고 틈이 없어. 맨 뒷좌석 뒤의 작은 틈, 바닥에 2명이 끼어갈 정도였으니.. 그 사람이랑 후배여학생들 우선으로 바닥에 끼어 앉고, 난 비스듬히 전봇대처럼 선 채로 한나절을 갔다. 정말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네. 그렇게 밤늦게야 도착한 희방사역.. 그 시절엔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고. 역 바로 앞 허름한 집 2층에 다방이 있었는데, 20여명이 우르르 들어가서는 커피 한 잔씩을 주문하면 희방사행 첫 버스가 오는 새벽까지 재워줬어. 소파에 이리저리 뭉쳐서들 새우잠을 청하고.. 난, 굳이 싸들고 간 그 유명한 독수리표 카세트로 녹음해간 음악들을 들려준다. '당신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여인이란걸.. 난 처음봤을때부터 느꼈어~' 'You are the Woman' .. Firefall의 노래도 있었다.
음악이 내 삶에 중요한 CPU로 장착된 운명적 계기.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분 레코드샵 개업식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신문지에 뭘 두툼하게 싸오셨어. 그 당시 인기절정이던 신중현의 기타연주집 두 장, 황성옛터 등 가요음반 몇 장.. 그리고 또 한 장의 앨범.. 젊은 엘비스가 빙그레 웃고 있는 모습의 이른바 '백판'. '울면서 예배를' 이라고 써 있던 옴니버스 해적판이었는데, 타이틀 곡 엘비스의 'Crying in the Chaple' 을 듣는 순간, 거짓말같이 어린 마음에도 퍽~하니 강한 전류같은게 꽂혔어. 그 시절 초등학생이 영어를 뭘 알어..? 들리는대로 조잡하게 음반에 인쇄돼 있던 영어가사에 일일이 한글로 적었지. 그리고는 아마 천 번도 더 따라 불렀을거야. 립싱크를 해도 완벽할 정도로 그 음반에 있던 다른 음악들도 모조리.
'Ticket To Ride' 'Hush Hush Sweet Charlotte' "Mrs. Brown You've Got A Lovely Daughter' 'Wooly Booly' 그리고 연주곡 'Mea Culpa'
당신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지 못했던 지난날을 아쉬워하며 그리고 늦게 만난 만큼 오래오래 사랑하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듯 전 당신을 두루미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두루미처럼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만나기 이전 세월의 몫까지 지난날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당신 몫의 사랑을 다 받아 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두루미보다 열흘쯤 더 오래 살아서 우리의 지나온 날들을 정리하고 당신 곁으로 가는 거북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유치한 발상이긴 했지만 전 정말 당신이 두루미처럼 오랫동안 제 곁에 머물러 주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두루미가 아마 많이 아픈가 봅니다. 언제까지고 거북이 곁에서 미소지어 줄 것 같더니만 이젠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쩜 먼저 세상을 떠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영문도 모른 채 두루미를 잃어버린 그 거북이는 오늘도 두루미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는 전설이 서울 강남 지방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답니다. 「 거북이와 두루미 」 /김지수 ...藝盤예반 *.*
압량벌에 석양이 물든다. 2시간 남짓 그 사람이랑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별 뾰족한 수가 없는거 같아. 졸업반 시기에 써클MT는 금기사항이다, 1월의 시험이지만 1년을 긴장하며 보내고 특히 여름방학부터 2학기는 전투분위기인데.. 그래서 모두다 피하는 과대표를 덜렁 맡았을때도 객기부린다고 그 사람한테 야단맞은 마당에 2박3일의 MT라니. 그럼에도 둘이 같이 가고 싶은데, 무엇보다 그 사람 집에서 외박을 허락하지 않으신대. '어떻게 안될까'라는 마음만으로 맞대고 앉아 있다가 그 사람이 스쿨버스에 올랐다. 아쉽지만.. 혼자 학생식당에서 저녁을 먹고는 하숙방으로 향한다. 그때..왠지 꼭~ 한번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더라고. 그게 찐한 미련때문이었겠지만 어쨋든 가던 길에 정문앞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었어. 몇번의 전화벨 후에 덜커덕 그사람 엄마가 받는다. 윽.. 만나는 걸 반대하는 상황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인사를 하고 '들어왔으면 좀 바꿔 주세요' 바깥 쪽으로 크게 소리쳐 그 사람을 부르는 엄마, '어디 밖에 있나?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르셔?' 했는데. 나 그날, 또 드라마 썼어. 헐레벌떡 전화기를 드는 그 사람, '마침 정말 전화 잘했어~~ 나, 내일 MT 갈 수 있어~~' 집에 가서 엄마를 졸라 결국 허락을 받은 그 사람, 그걸 알려 주러 내 하숙방으로 올려고 다시 집을 나서던 사람. 공중전화를 내려놓으며 소리쳤지 'Oh, Yes~~!' 그때 정말 날아갈 거 같았다. 이런 텔레파시 어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