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량벌에 석양이 물든다.    
2시간 남짓 그 사람이랑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별 뾰족한 수가 없는거 같아.
 
졸업반 시기에 써클MT는 금기사항이다,
1월의 시험이지만 1년을 긴장하며 보내고 특히 여름방학부터 2학기는 전투분위기인데..
그래서 모두다 피하는 과대표를 덜렁 맡았을때도 객기부린다고
그 사람한테 야단맞은 마당에 2박3일의 MT라니.
그럼에도 둘이 같이 가고 싶은데, 무엇보다 그 사람 집에서 외박을 허락하지 않으신대.
'어떻게 안될까'라는 마음만으로 맞대고 앉아 있다가
그 사람이 스쿨버스에 올랐다.
아쉽지만.. 혼자 학생식당에서 저녁을 먹고는 하숙방으로 향한다.
 
그때..왠지 꼭~ 한번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더라고.
그게 찐한 미련때문이었겠지만 어쨋든
가던 길에 정문앞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었어.
몇번의 전화벨 후에 덜커덕 그사람 엄마가 받는다.
윽.. 만나는 걸 반대하는 상황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인사를 하고
'들어왔으면 좀 바꿔 주세요'
바깥 쪽으로 크게 소리쳐 그 사람을 부르는 엄마,
'어디 밖에 있나?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르셔?' 했는데.
 
나 그날, 또 드라마 썼어.
헐레벌떡 전화기를 드는 그 사람,
'마침 정말 전화 잘했어~~ 나, 내일 MT 갈 수 있어~~'
집에 가서 엄마를 졸라 결국 허락을 받은 그 사람,
그걸 알려 주러 내 하숙방으로 올려고 다시 집을 나서던 사람.
 
공중전화를 내려놓으며 소리쳤지 'Oh, Yes~~!'
그때 정말 날아갈 거 같았다.
이런 텔레파시 어때 ?



                                       ... 藝盤  .

 

F.R.David - Pick Up The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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