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엔, 옷을 맞춰 입는 경우가 많았다. 남방셔츠도, 쟈켓.. 바지도. 언젠가 얇은 골덴 쟈켓에 호랑무늬의 남방.. 실크소재 바지, 그렇게 한 벌을 뽑은 적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님 그냥 데이트였던가.. 하여튼 일요일에 그 사람을 만나러 기차를 탔어. 근데, 그날따라 어찌나 비바람이 몰아치던지, 역에 갈 때 이미 흠뻑 젖었네. 도착할 즈음에 축축함이 조금 가시는가 싶었는데, 버스타고 동성로까지 가는 동안 홀라당. 내려서 '무랑루즈'로 가는 길에 또 한번 홀라당. 나름 때때옷을 뽑아 입고 나선 데이트, 무랑루즈에 들어설 무렵의 꼬락서니하곤. 헝클어진 머리, 허벅지부터 장단지로 쫙 달라붙은 바지, 자켓 밑단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적당히 빈티지스타일의 레인코트, 품 속에서 꺼내는 장미 몇 송이 그런 그림은 고사하고, 빙그레 웃으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주는 그 사람 앞에 아~ 잔인한 몰골이란.. 그날 커피는 정말 따뜻했다.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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