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으로만 이 세상을 살 순 없지? 그리고 둘이서만 좋아하면 아무 문제없냐구. 그랬으면 좋을 세상.. 이런저런 장애.. 은근히 방해받는 일상의 요소들이 문득, 저만치 비구름처럼 다가온다.. 언제부턴가 싸늘한 음성으로 전화를 받는 그 사람의 엄마, 잠깐씩 어두워지는 그 사람의 얼굴. 지금은 아니지만.. 아직은 행복한 웃음 속에 있지만, 우리를 상처입힐 수도 있는 언제쯤의 어려움들이 어렴풋이 스며든다. 젊은데 뭐.. 좋아하는데.. 이렇게 같이 있는데 뭐. 그렇게 믿었고, 애써 그렇게 생각했네, 적어도 그때는..
" 그래도 우리에겐 사랑이 안개처럼 피어나는 사랑이 그래도 우리에겐 사랑이 눈물 속에 피어나는 사랑이~ " ♬♪
개그맨 전유성과 가수 진미령의 독특한 결혼패턴.. 많은 이들이 공감 못하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꽤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거 같애. 전유성의 말을 듣자면, 결혼도 일종의 계약이래. 그래서 자기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네? (실제 문서화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계약'의 최고 선은 '갱신'에 있다는 거야. 그래서 계약갱신을 위해 서로 끊임없이 노력들을 한다는 거지. 괜찮지 않어..? 너무 기계적인 표현같지만 말야. 사랑한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감을 느끼기만 한다면 꼭 갱신을 위해 노력하는거지.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일 필요도 없이, 의무감 따위로 자조할 필요도 없이.. 어떤 난관이나 갈등도 기꺼이 넘어설 만큼 사랑한다면 말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안부 인사하듯 그렇게 많은 편지를 네게서 받았고 매일 만나고도 전화로 다시 인사하고 잘 자라는 편지를 쓰면서 하루를 접었던 그때 생각이 자꾸만 나서 편지 한장 쓰고 싶었는데 그동안 너 없이 살아 낸 세상 얘기, 마음고생들 내 얘기가 너무나도 길어져 버릴 것 같고 아직까지도 널 향해 지독한 내 마음 실은 편지에 담담해져 버린 네 답장을 받게 될까 봐서 그럼 내 편지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
그 사람이 있던 연구실의 실습시간. 실험이라는게 소꿉장난이 아닐진대 어차피 재미없는데다 까칠한 박사과정 조교 땜시 늘 따분한 시간이었어. 실험과정 중에 드나들 수도 있고, 잠깐씩 여유있는 휴식이 있는터라 4시간의 강의를 견뎌. 실험실 소속이라 이런저런 어시스트를 하면서 그 사람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게 그나마 즐거움이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용매, 시약 냄새. 각 조 테이블마다 적당히 시끌벅적 건성으로 기계적으로 멍하니 실험조작을 반복하지만 머릿속은 꿈의 나들이. '강의 끝나고 어디 가자 그럴까?'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있다 갈려나?' '주말에 뭐 할건지 물어봐야지.' 갑자기 옆에서 '퍽~~' '쨍그랑~~' 램프의 불꽃이 튀면서 플라스크가 깨졌어, 이런~ 하숙방 룸메이트가 손을 베었네.. 아까운 피. 그래도 즐거운 상상..
내 의지도 시험해 볼 겸 그리고 건강에도 안 좋다고 해서 담배를 끊기 시작한 지 꼭 100일 되는 날이다 책상 서랍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담뱃갑이 왜 그리도 불쌍해 보이던지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담배갑 하나가 내 손길을 기다리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하다 담배야 내가 외롭고 힘들 때마다 내 친구가 되어 주었는데 100일이나 너를 버려 두고 이젠 널 외롭게 하지 않을게 100일 동안 어떤 기분이었는지 난 누구보다 잘 알아 이젠 널 버리지 않을게" 나는 큰 죄라도 지은 심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Lady Starlight.. '차가운 겨울밤.. 하늘의 별을 헤며 긴 밤을 보내.. 헤어진 우리 사랑처럼 너무도 멀리 있는 저 별들..' ♬♪ 꼭 마음에 와닿는 노랫말이다. 내가 바라볼 수 있고, 나를 향해 반짝이지만.. 그 빛이 시리도록 아름답지만 그건, 손 닿을 수 없는 먼 전설같은 반짝임일 뿐.. 별이 다해 땅으로 떨어지거나 내가 다해 별이 되지 않고는, 서로에게 다가갈 수는 더더욱 없는 것..
남자가 무지무지 사랑한다고 해도 집착이니 뭐니 해서 부담 느끼지 않으실 분 자식에게 아내의 사랑을 뺏길까 두려워 아이는 절대 갖고 싶지 않은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분 밤늦게 보고 싶어 전화해도 졸리다고 전화 안 끊어 버리시는 분 우리 사는 이 세상엔 돈이나 비싼 그 어떤 선물보다도 서로 사랑하는, 그리고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몇 배나 더 값진 것이라는 것을 느끼시는 분 그리고 절대 배반 안 하실 분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니 둘이 다니는 것도 익숙하고, 주변에서도 CC로 인정하는거 같고, 허나 내 맘 속에 그사람을 담아도 담아도 끝은 없고. 마치, 다이어트는 언제 완성이지? 라고 물으면 끝이 없어, 평생 하는거야.. 하듯이 이.. 사랑이라는 녀석도 끝없이 가꾸어야 하는 것. 판단하지 말고, 규정짓지 말고, 밭갈고 물뿌리며 농사짓듯.. 끊임없이 돌보는 것. 하루하루.. 그렇게 무르익어가는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