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兄.. 복학생 형이었는데, 영특하고 재치있고 유연한 사람이었어, 특히 정이 가는 선배였지. 그 선배, 독특하게도 학교 앞 여관방을 얻어서 살림을 차렸어. 교직에 계신 형수님이랑 사실혼 관계에 있던거야. 이따금씩 몰려가서 신세지곤 했는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보기 좋았다. 어느 날.. 시험기간 중의 도서관, 형수가 쫓아와서 '형님 좀 어떻게 해봐'라며 안달이다. 뭔 일인가 했더니, 두 사람이 사소한 걸로 다툰 모양인데 아 글쎄, 장兄 이 양반이 삐쳐서는 '나 시험 안 쳐'.. 그러고 있는거야. 신문을 펼쳐든 채 도서관에 반쯤 누워서는 꼼짝을 않는거지. 하여튼.. 참 재미있고 순수하기도 한 사람이었어. 결국, 어처구니 없이 몇 과목 펑크내고는 그 선배 제 때 졸업 못했던 기억이. 근데, 따뜻한 작년 어느 날.. 모르는 전화를 받았어. '기억하겠어? 나, 장兄이야 ~' 그 형.. 스님되셨대..
자, 봐! 내 손 끝으로 가리키는 곳을 봐 저기 분홍색 지붕으로 된 작은 커피숍 보이지 맘씨 좋게 생긴 아저씨가 죠지 윈스턴의 December 레코드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계시잖아 그 옆엔 고풍스럽게 생긴 질감 좋아보이는 갈색 탁자와 의자가 있구
자세히 봐 짧은 머리지만 정성스레 빗어 올리구 목이 V자로 파진 흰색 티에 물이 약간 빠진 청바지를 입고 검은 색 세무 구두 신은 사람 보이지? 지금 막 카푸치노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신 사람 지금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잖아 보이지? 저 꺼벙하게 생긴 사람이 널 무지 좋아하는 사람이야 잘 생기고 멋있진 않지만 하는 짓이 귀엽지 않니?
자! 저 사람은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어 이제 너만 가서 사랑한단 말 한 마디만 전하면 돼.
그 사람에게.. 정말 많은 음악을 선물했었다. 만나서 늘 들려주고, 테입에 녹음해서 전해주고.. 그러니까, 얼굴 마주보고 마음 그대로를 전하지 못하니까 용기가 없으니까 음악으로 얘기를 한거곘지. 어떤 테입은.. 앞 뒤로 스물대여섯 곡의 제목을 연결하면 한 장의 편지가 될 정도였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지독한 작업이었다. 마치 어느 노랫말 처럼, '당신을 사랑한단 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쉽게 떠오르질 않네요..' 음악으로 마음을 표현할 밖에, 그 음악을 듣고 내 마음을 알거라 생각하면서. 참.. 말을 하면 될 걸.. 한 마디면 될 걸.. 어쨌든.. 그 사람이 늘 표정으로 화답했었다.
담배는 화장실에서 선생님 몰래 피우는 게 맛있고 밥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먹는 게 맛있고 만화책은 수업시간에 몰래 책 사이에 끼워 보는 게 재미있고 빨간색 비디오 테잎은 부모님 몰래 봐야 재미있고 미팅 같은 건 애인 몰래 해야 재미있고 데이트 비용은 책 산다고 부모님께 타낸 돈이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사랑은 상대방 몰래 하면 피가 마른다. 「경험담」 / 김태윤
♤.. 어디 짝사랑만 그럴까. 꿈이란 것도 꼭꼭 숨겨뒀다 언젠가 이루어 보여줄 때 그 성취감이란.. 요즘 시절에 가당치도 않아 보여도, 남들이 값싼 의견으로 내 꿈을 조롱해도, 꿈이 '내것'인 이상 이뤄야만 할 밖에..꿈을 도둑맞지 말자구들. ...藝盤예반 *.*
눈이, 높기만한 눈이 당신만 바라보고 싶다네요 귀가, 좋은 소린 아는 귀가 당신 소리만 듣고 싶다네요 코가, 숨만 쉬던 코가 당신 냄새만 맡고 싶다네요 손이, 길쭉하고 못생긴 손이 당신에게 뭘 자꾸 쓰고 싶다네요 시간이, 남아돌아 어쩔 줄 모르던 시간이 당신하고만 보내고 싶다네요 웃기죠?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눈이, 귀가, 코가, 손이, 시간이 자꾸 그래야만겠다네요.
어쩌다 그사람이 머리를 묶고 오는 날.. 어떻게 묶냐하면, 올빽으로 모아서 댕기머리처럼 묶는거야. 약간 가뭇한 피부에 커다란 눈, 짧은 댕기머리 웃는 입매나 치열은 더도 덜도말고 요즘 TV의 누구 같았던, 인디언 소녀같은 그 사람.. 특히, 여름철의 그 모습이면 뭐라 말할 수 없지. 마주 앉아 있어도, 차를 같이 마셔도 그 날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별 대꾸를 할 수가 없었네. 나를 무중력상태로 만들던 최고의 모습, 근데.. 먼 훗날..딱 그 모습에, 눈물 머금은 쓸쓸한 웃음까지도 완벽히 어울릴 줄.. 그땐 미처 몰랐었지.. ... 藝盤예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