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兄.. 복학생 형이었는데,
영특하고 재치있고 유연한 사람이었어, 특히 정이 가는 선배였지.
 
그 선배, 독특하게도 학교 앞 여관방을 얻어서 살림을 차렸어.
교직에 계신 형수님이랑 사실혼 관계에 있던거야.
이따금씩 몰려가서 신세지곤 했는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보기 좋았다.
 
어느 날.. 시험기간 중의 도서관,
형수가 쫓아와서 '형님 좀 어떻게 해봐'라며 안달이다.
뭔 일인가 했더니, 두 사람이 사소한 걸로 다툰 모양인데
아 글쎄, 장兄 이 양반이 삐쳐서는 '나 시험 안 쳐'.. 그러고 있는거야.
신문을 펼쳐든 채 도서관에 반쯤 누워서는 꼼짝을 않는거지.
 
하여튼.. 참 재미있고 순수하기도 한 사람이었어.
결국, 어처구니 없이 몇 과목 펑크내고는
그 선배 제 때 졸업 못했던 기억이.
 
근데, 따뜻한 작년 어느 날.. 모르는 전화를 받았어.
'기억하겠어? 나, 장兄이야 ~'
그 형.. 스님되셨대..


                                       ... 藝盤  .


 

Nowhere Man · The Beatles
 
 

 

 

''바다'이야기·Captain Jo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63.. 탱크 ..  (0) 2009.02.25
№62.. 여름밤 ..  (0) 2009.02.24
№60.. Music ..  (0) 2009.02.22
№59.. 청실홍실 ..  (0) 2009.02.21
№58.. Truly.. Madly.. Deeply ..  (0) 2009.02.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