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지만 시험준비하느라 하행선기차를 안 탔어. 사실, 뭐 아직 날짜는 많이 남았는데 그냥 그 사람이랑 함께 있을 욕심으로 있는거지. 근데, 오늘 그 사람이 도서관에 못 온대네.. 뭔 일이 있다고. 휴.. 김빠지는데..? 시험준비하는 학생들이 많긴 하지만 일요일의 캠퍼스는 아무래도, 적당히 여유있고 느슨한 분위기다. 식사시간도 몰리지 않고 자유롭게들. 혼자 보내는 일요일.. 그것도 도서관에서의 하루는 이륙하지 못하는 비행기같은 느낌이다, 활주로에서 윙윙거리고만 있는. 막상 발동이 걸리지 않는, 박차고 오르지 못하는 슬로우모션같은 하루를 보냈다. 이거야 원.. 어느새 그 사람이라는 칩이 빠지면 무기력해지는 로봇같은 내 일상.
부모님 전상서 저와 꼭 닮은 녀석이 태어났습니다. 저와 너무 닮아 마냥 예쁩니다. 그런데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보면 아버지,어머니께서 저 아이마냥 누워있는 저를 보는듯 합니다. 하루살이가 태양이 뜨고 지는것을 모르듯 파아란 가을 하늘을 붉게 수놓은 고추잠자리가 하아얀 눈을 모르듯 전 저와 꼭 닮은 녀석의 새벽같이 젖달라 빽빽우는 소리에 부모님의 그 옛날 제게주신 사랑을 다시 받는 듯 눈처럼 차가우면서도 하아얀 사랑을 다시 느낍니다.... 아빠가 되고서 말입니다. <김윤성> ...藝盤예반 *.*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랑 다툰 기억이 없는거 같애.. 흔히들 티격거리는 사랑싸움이라는 거, 그런 것도 거의 없었던 거 같고. 대신, 적당히 조심스럽게 대했던 기억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 늘 애썼으니까. 뭐 굳이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어떡하든, 완성된 그림처럼 남겨지길 원했었다. 함께한 시간, 그 공간은 언제나 정말 많이 좋아했던 그 사람, 그 기억이 언제나 내겐, 휴식.. 그것이었음을. 지금 이 순간까지도..
판도라는 갖가지 불행이 들어 있는 상자를 갖고 와서 열어 보았습니다. 그것은 신들로부터 인간에게 보내진, 보기에도 훌륭하고 마음을 끄는 선물입니다. 그것은 「행복의 상자」라고 일컬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상자에서 온갖 불행이라는 날개를 가진 생물이 날아 올랐습니다. 그때부터 이 생물들은 날아다니며 밤낮없이 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한 가지 불행만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는데 판도라는 제우스의 뜻에 따라 뚜껑을 닫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아직 상자 안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 행복의 상자를 줄곧 집에 놓아두고 과연 이 안에 어떤 보물이 들어있을까 하고 기웃거립니다. 그것은 자기의 것이고, 따라서 마음이 내키면 언제나 손을 댑니다. 판도라가 갖고 온 그 상자는 불행의 상자였던 것을 모르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불행을 최대 행복의 보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것은 곧 희망입니다. 제우스는 인간이 아무리 불행에 시달리더라도 목숨을 버리지 않고 존속하게 해서 계속 불행에 시달리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인간에게 희망을 준 것입니다. 희망은 사실상 불행중에서도 가장 큰 불행입니다. 희망은 인간의 고통을 장기화시키기 때문에.
♤.. 하루종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회식에서 술잔 부딪친다고 친구아니다. 계모임에서 주기적인 형식적 근황놀이 하며 어울린다고 친구아님. 내가 먼저 승진하고 내 연봉이 올라가고 우리 집이 잘 되는거 그들은 절대 박수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나의 변화, 내 삶의 점진적 발전을 결코 좋아하지 않음. .. 친구.. 늘 '꿈'을 함께 얘기하는 이가 진정한 친구.. 내게 술,담배 즐겨 권하는 이는 특히 친구 아님! ...藝盤예반 *.*
하숙집에 방이 여덟개쯤 있었나..? 그 중 서울출신 공대생이 있었어. 성경공부에 심취한 녀석이었는데, 이 놈이 좀 느끼해. 말투도 그렇고.. 적당히 남들에게 빌붙기도 하고, 요즘으로 치면 들이대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근데 공교롭게도 그 사람이랑 있을 때면 꼭 마주친다. 도서관이고 학생식당이고 만나기만 하면 다가와서, 예의 그 능글거리는 말투와 몸짓으로 들이대는거야. 자주 보게 된다며.. 동석하자느니, 친구 좀 소개시켜 달라느니.. 그 사람도 그 사람이지만 내가 죽을 맛이야. 사랑할 때는 주위를 경계하고 특히 친구를 조심하라는 노래처럼.. 근데 그 녀석.. 다쳐서 휴학하면서 하숙집 옮겼다.
... 藝盤 *.*
Dr. Hook - When You're In Love with a Beautiful Woman
달밤에는 모두가 집을 비운다 잠 못들고 강물이 뜨락까지 밀려와 해바라기 마른 대궁을 흔들고 있다 밤닭이 길게 울고 턱수염이 자라고 기침을 한다 끊임없이 이 세상 꽃들이 모두 지거든 葉書라도 한 장 보내라던 그대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서 지금 쓸려가는 가랑잎 소리나 듣고 살자 나는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 줄을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