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프랑스. ‘프랑스의 여행'이란 낭만적인 이름과는 사뭇 달리 그 자체가 ‘지옥의 레이스'로 더 유명한. 그 시리즈를 7연패한, 그것도 고환암을 극복하고 이룬 인간승리, 랜스 암스트롱. 동료들의 헌신적인 도움.. 코치의 세심한 전략 등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뭐니해도, "단 1%의 희망만 있어도 달린다"는 랜스 암스트롱의 불굴의 의지가 주된 동력. 비록 결혼식을 얼마 앞두고 결별을 했지만, 그 즈음 암스트롱에게 또 하나의 큰 에너지는 여성 로커 셰릴 크로의 사랑이었으리라.. 당신은 건강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왜 끝없이 달리는가.. 라고 기자가 묻자 '결승 라인에 그녀가 있기 때문' 이라고 대답했던 암스트롱, 1%의 희망이 '오로지 사랑' 일때야 말해 뭣하리. 오늘날 우리들은, 너무 통 크게 이별하지 않는가. 조금만 실망해도.. 조금만 따분해도.. 몇 번의 못마땅, 내 맘같지 않음에 너무 쉽게 외면하지는 않는가. 1%의 사랑 아닌 흔적만 남은 사랑이라도 더욱 더.. 좀 더.. 한번 더 사랑하고 싶지 않은지..
졸업여행.. 제주행 페리호.. 시장통같은 단체실에서 밤을 새다시피 한다. 여기저기 뭉쳐서 고도리.. 게임이랑 싱어롱.. 답답한 공기에 밖으로 나와보니, 꽤 세찬 물보라를 가르며 힘차게 밤바다를 가고 있다. 한 두 녀석은 뱃전을 붙들고 구역질을 하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초점없이 바라보며,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있었는데 그사람은 한번 나오지를 않는다.. 결코 짧지 않은 밤.. ... ...
수평선 위로 해가 솟으며 한 순간에 밝음으로 돌아온다. 손바닥에 태양을 올려놓듯 맞춰서 사진들을 찍고 잠도 쫓을겸 몇이서 커피Bar에 갔다. 어... 친구들이랑 차를 마시고 있는 그사람. 부시시하고 초췌한 모습들로 선상의 아침을 즐긴다. 건너 앉아.. 예의 그 모습을, 그 얼굴을 지켜봤지. 어쨋거나 함께 맞은 아침.. 영화 'Love Affair'를 특별히..지나치리만큼 좋아하는 이유. 아네트 베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유람선 커피Bar에서 두 주인공이 조우하는 씬.. 그 장면을 볼 때면 늘 그 때 페리호의 아침이 생각나. 영화에서, 아침 햇살이 창으로 퍼져 드는.. 실루엣 톤의 커피Bar. 간밤의 해프닝(?)으로 약간은 어색하고 조바심나기도 하는 두 사람.. 뭐랄까.. 그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크로스오버.. 너무 좋아 그 느낌.. Love Affair.. My Memory ..
♬ ' 깊은 밤.. 몸은 지쳐있고 난 지금 쫓기는 터라 잘 틈이 없어.. 자유를 위해 계속 달려야 해, 바람처럼.. 멕시코 국경까지는 가야하는데 아직 먼 길이다.. 난 불법체류자의 아들.. 늘, 마음을 터놓는 대신 손에 쥔 총으로 얘기했어.. 열 명을 쐈지.. 재판에서 교수형을 선고받았어.. 더 이상 숨을 곳도 시간도 없어, 교회종이 울릴 때까지 빨리 달려야 해, 바람처럼.. 멕시코 국경까지는 아직도 멀어, 바람처럼 달려야 해.. 자유를 위해.. ' ♬♪ 다들..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픈가. 현실의 굴레.. 삶의 숙제.. 아님, 고통스런 사랑으로 부터..
그 시절엔, 옷을 맞춰 입는 경우가 많았다. 남방셔츠도, 쟈켓.. 바지도. 언젠가 얇은 골덴 쟈켓에 호랑무늬의 남방.. 실크소재 바지, 그렇게 한 벌을 뽑은 적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님 그냥 데이트였던가.. 하여튼 일요일에 그 사람을 만나러 기차를 탔어. 근데, 그날따라 어찌나 비바람이 몰아치던지, 역에 갈 때 이미 흠뻑 젖었네. 도착할 즈음에 축축함이 조금 가시는가 싶었는데, 버스타고 동성로까지 가는 동안 홀라당. 내려서 '무랑루즈'로 가는 길에 또 한번 홀라당. 나름 때때옷을 뽑아 입고 나선 데이트, 무랑루즈에 들어설 무렵의 꼬락서니하곤. 헝클어진 머리, 허벅지부터 장단지로 쫙 달라붙은 바지, 자켓 밑단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적당히 빈티지스타일의 레인코트, 품 속에서 꺼내는 장미 몇 송이 그런 그림은 고사하고, 빙그레 웃으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주는 그 사람 앞에 아~ 잔인한 몰골이란.. 그날 커피는 정말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