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도 있었나..? 대백 근처, 동성로에 포진하고 있던 음악감상실들.. 특히, 가수 이용복씨가 운영하던 '포그니'를 즐겨 갔었다. 입구에서 종업원이 출입을 체크하고(입장료가 있었지?) 들어가면 유리벽으로 나눠진 오른쪽은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왼쪽은 극장처럼 앞쪽 뮤직박스를 향해 수많은 의자들이 줄지어있는 음악감상실. 온 몸을 감싸는 깊은 의자에 앞쪽에는 음료잔을 꽂을 수 있는 작은 수납공간, 손만 들면 종업원이 메모지도 갖다주고 음악신청메모도 걷어가줘. 정말 최고의 휴식공간, 데이트 공간이었지. 앞쪽에는.. 전면유리 속에 꽤 큰 규모의 뮤직박스가 위용을 자랑했다. 마치 유리집처럼 뮤직박스 안쪽도 소파세트랑 꾸며져 있어 DJ들이 자연스레 커피도 마시고 지들끼리 얘기도 하고. DJ들의 이름도 전광판에 표시되면서 진행도 프로들이고 외모도 짱이고, 좌우간 멋진 공간이었어. 한번 가면 몇시간을 바람처럼 보내고도 늘 아쉬워하면서 나온다. 말을 하지 않고도 많은 교감을 할 수 있는 시공간이니까. 나란히 앞을 보고 앉아 대화를 하진 않지만 맘으로는 쉼없이, 음악으로 끊임없이 속삭이던 그 곳.. 사랑의 인규베이터. 늘.. 이 노래로 마음을 전했다.
♬~ "난, 역사학이나 생물학. 불어를 잘 못해요. 지리학이나 삼각함수, 기하학도 모르구요. 중세역사도 별 관심없죠, 그저 그림만 보고 책장을 넘기죠. 하지만, 하지만 말예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건 정확히 알아요 당신과 내가 함께 하는 것처럼.. A학점을 못받는다고 뭐라할지는 모르지만 까짓거, 한번 노력해보죠 뭐. 당신의 사랑을 얻는데는 1등할 자신이 있거든요. 내가 확실히 아는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 그리고 당신도 나를 사랑할거라는 거.. 그건 잘 알죠. 그럼 정말 멋진 세상이겠죠..? " ♬♪
... 藝盤예반 *.*
JAMES TAYLOR,PAULSIMONS & ART GARFUNKEL - WHAT A WONDERFUL WORLD
니가 선물해준 반지랑 시계는 비싼거라 버리면 경제적 손실이잖니 니가 잘 어울릴 것같다며 선물해준 스웨터는 (솔직히 별로 어울리진 않지만) 버리면 추운 날 아쉬울 것같고 책상 위 작은 액자 속에 든 니 사진은 어떻게 얻은 건데 버려? 봐 너와 관계된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게 없잖아 그런데 널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그 말 농담이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왜 그럴까.. 혹, 이별이 운명지워져 있어 그렇진 않을까. '내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어~'.. 노랫말처럼 어쩌면, 늘 이별의 그림자 속에서 사랑했을지도 모르지. 원하지는 않았지만.. 어쩜 피할 수도 있었을 이별이었지만, 그땐.. 그렇게 무릎 꿇기로 했다 현실이라는 굴레에게.
그렇게.. 운명이라 애써 위로했지만, 오랜 시간을 살아내면서 그건.. 용기없음, 비겁의 다름아님을 내 맘 깊은 곳에 주홍글씨로 새겨.
그래 주길 바란 건 아니지만 나만큼은 아니 어쩜 나보다 더 힘들어할지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그녀여서 그녀였기에... 그래서 더 힘이 들었습니다 왜 그딴 걱정들을 밤새워 만들어 했었는지... 어제 우연히 본 그녀의 모습은 아무 일 없던 예전의 그녀로 돌아가 그렇게 무던히 살고 있었습니다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을 수 있을 만큼... 같은 사랑을 하고 같은 이별을 했는데 그녀의 이별과 내 이별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내 이별 저항력엔 문제가 많은가 봅니다.
학과내에 남자 복학생도 많았지만, 나이가 꽤 든 여학생도 몇 있었다. 누나뻘의 어떤 여자 동기생이 결혼을 하게 됐어. 과대표라고 내게 청첩장을 준다. 그래도 동기인데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쉬는 시간에 칠판에 몇 자 적고 공지를 했다, 십시일반 함께 축하해 주자고. 돈으로 인사를 하기보단 과 이름으로 선물을 하기로 했어. 의견을 모아 시계를 준비하기로 하고, 이틀동안 그 사람이랑 돌아다녔지. 아는 금은방이랑 백화점으로 헤매고 다니면서 피곤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네. '결혼 준비, 정말 힘들겠다.. 시계 하나 고르기도 이렇게 힘든데' 그러면서, 둘이 온갖 얘기를 하면서 다녔어. 나는 말야, 나중에.. 이러쿵 저러쿵.. '근데, 너.. 나~중에 결혼을 하면 누구랑 할건데..??'
'Wolfsburg'.. '32℉'.. '돌고래'..그리고, '종다방'.. '청다방'.. 가끔씩 그사람이 내려오면, 즐겨 다니던 커피집. 특히 종다방 청다방은, 다방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음악으로는 정말 high-end 였어. 막강한 라이브러리, 프로페셔널한 DJ. 그중, 유일하게 지하에 위치했던 '종다방'.. 독특하게 수묵화 액자로 장식된 실내복층의 차분한 공간 건물 밖 수산시장의 분위기와는 전혀 별천지의 음악세계.. 음악신청 메모지를 담는 대나무바구니가 늘 넘쳤다. 그 곳에서 많은 차를 마셨다 이 노래와 함께..
배불리 먹은 라면 그리고 담배 한 개비 삐삐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찍혀 있는 한번 울리지 않는 전화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구슬프다 못해 처량맞은 째즈 하루 종일 끄적거린 연습장과 짜증나기 시작한 파란볼펜 날아든 카드 고지서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 어제 먹다 남은 소주 반 병 그리고 을씨년스럽게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와 열린 창문 밖으로 날고 싶다는 갑작스런 충동 이런 것들이 오늘 밤 날 죽이려 했다 죽기 딱 좋은 날이다.
정말..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앨범 속 사진들은 별로 색바래지도 않았어. 이따금씩 넘겨보는 꽤 많은 사진.. 내 기억 속 모습처럼,그 사람은 늘 여전한 모습이다. 지금의 그 사람.. 세월의 두께로 변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해후하더라도 난, 사진 속의 이 웃음.. 이 느낌으로 마주할 수 있을거 같아. 오늘도 활짝 웃고 있는 그 사람.. 그 옆엔 행복한 한 남자가 있다.
너랑 커피 마시고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 본 돈만 모았어도 지금쯤 집 한 채는 장만했겠다 너랑 보낸 시간 동안 공부를 했으면 지금쯤 자격증 서너 개는 보유하고 있겠다 너에게 보낸 편지들만 모았어도 지금쯤 20부작 장편소설 한 편은 썼겠다 너에게 쏟아 부은 노력만큼 일을 했으면 지금쯤 사업체 서너 개는 가지고 있겠다
하지만 고래등만한 집도 있고 안정된 직업도 있고 내가 쓴 책들이 날개 돋친듯 팔려 베스트셀러칸 맨 윗줄에 내 이름이 장식되고 돈도 많이 벌었는데 내 옆에 니가 없다면 그때쯤 난????? 미쳐 버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