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토록 거울을 들여다 보지 않는 날이 있어. 보통은 하루에 꽤 여러번 비춰 보는데, 문득 어떤 날은 나를 잊은 듯..인식이 정지한 듯.. 비춰 보지 않는다. 그런 날은, 추억이 쉬는 날.. 아픔이 잠깐 잠든 날.. 그리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날.. 비춰 보는 거울 속엔 닮은 꼴의 또 다른 나. 그리고 '바다'..
♬ ' 어떤 떠꺼머리 총각이 있거든요.. 근데.. 그가 당신을 사랑한대요.. 그래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거든요.. 늘 버릇처럼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당신이 미소라도 지으면 난.. 우리 서로가 아주 잘 아는 사이인것 처럼 느껴져요..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당신이 그랬다고.. 그때 내가 얼마나 신났는지 알아요? 예.. 난 당신을 사랑해요, 꼭 당신을 내 연인으로 만들겠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말고 이제 내게 얘기해봐요, 당신도 내가 마음에 든다고.. 나를 그만 애태우고 말예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꼭 당신을 원해요.. 그러니까, 당신도 사랑한다고.. 이 떠꺼머리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해봐요.. 당신의 그 말을 기다리느라 죽을 지경이거든요.. ' ♪♬
어젯밤.. 그 사람이 꿈에.. 왠일인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가 사진을 찍어댔어. 이렇게, 저렇게.. 여러 장면을 사진만 찍었다. 근데, 그 사람과 사이에 꼭 '벽'이 있었네.. 버스에 앉아있는 그 사람을 창문 너머에서 찍기도 했고 건물 안 유리창 너머로 찍기도.. 내가 차를 타고 가면서 그 사람의 뒷모습을 담기도 하고. 무표정한 그 사람,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꿈속에선 보이나 봐, 꿈이니까 만나나 봐그리워 너무 그리워 꿈속에만 있는가 봐'
곧 나올 '부활'의 12집 타이틀곡 노랫말이라는데 대박날거 같애. 꿈에 본 '바다'는 늘 그랬다..
족보.. 라는게 있었지. 지난 수 년간 국시에 출제됐던 문제들을 요약, 집약해 놓은. 과목별로 많은 족보들이 있었는데 진짜 어떤 책은 거의 고분에서 발굴한 유적수준의 낡은 것들도 있었어. 근데 그것들도, 출신 학교끼리만 고이(?) 물려주는 은근한 텃세들이 있는거야. 유아독존, 왕따자처의 성향인지라 족보가 없어 애를 먹었네. 다행히 그 사람 덕에 이런 저런 자료를 얻어보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복사비를 꽤 썼다. 어쨌든.. 그 사람과 도서관에서 보내는 하루하루, 결전의 날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내 사랑의 유일한 족보.. 그 사람.
우연히.. 추억의 주인공을 만나거나, 현실의 모습 그 어느 컷을 보게 됐는데 달라진 모습.. 동시에 이질적인 느낌, 만약 그러면 어떨까.. 거기다 뭐라고 한마디라도 목소리를 듣게 됐을때.. 아냐, 아닌데..일거 같다면 말야. 곱게 묻어두고 있는 추억의 '저작권'을 내세우며 세월을 힐책할 건지, 아님 현실부정의 무효를 외치며 허탈해 할 건지.. 아직도 피터팬은 웬디를 꿈꾸는데, 피터팬과 웬디의 사랑일기는 역시, 종영된 미니시리즈 인가. 추억의 유효기간은 왜 네버랜드가 될 수 없을까.. "홀로 가슴 태우다 흙속으로 묻혀갈 나의 인생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