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이 가장 좋은 거야 부시시한 머리 때문에 신경 쓸 일 없고 용돈 모자랄 일 없고 밤늦게 아빠 깰까 봐 숨죽여 전화할 일 없고 친구 한테 술 사주며 조언 받을 필요 없고 거울 앞에 한 시간 이상 있다가 약속시간 늦을까 봐 택시 타는 일 없겠고 과제 뒤로 미루고 수업 땡땡이 칠 필요도 없겠고 밤에 잠도 잘 오겠지? 오이 마사지 할 필요도 없겠고 이별할 일 없으니 아까운 눈물 흘릴 필요도 없겠지 무슨 낙으로 사냐구? 난들 이러고 싶겠어??
어수선한 가운데 꾸역꾸역 대학원 시험은 끝냈는데, 아는 곳으로 연락해보니 입학이 될 거 같다고 해서 한숨을 돌렸지만 학생식당에서 과 친구들의 축하를 들으면서도 그냥 착잡하다. 그 사람도, 이젠 1월 시험 준비 열심히 하라고 그랬지만 난 그저.. 끝이 가까워 온다는 생각 뿐. 졸업.. 이어지는 진학.. 그건 어쩜 그 사람, 아니 그 사람 부모에게 제시할 현실적 솔루션은 고사하고 날 선 현실에서 비켜가는 방관모드의 삶이라는 생각이.. 지금 생각하면 참 용기없고 못난 심성이었지만 그땐 그런 우울함 뿐이었네. 무기력.. 사고의 정체.. 건조한 카운트다운처럼 찬 바람 흘러 겨울 속으로 들어간다.
콜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이젠 톡쏘는 맛을 느낄 수 없고 너무 재미있던 유행어도 자꾸 들으니 유치해지고 그렇게 맛있던 학교 식당의 떡볶이도 매일 먹으니 냄새만 맡아도 울렁거리는데....... 이제 지겨울 때도 됐는데 너 그리워 하는 거 이제 싫증 날 때도 됐는데 하루에 수십 번씩 떠오르는 너의 얼굴 이젠 그만할 때도 됐는데...... 널 아직도 체념하지 못하는 이유는 넌 콜라도 유행어도 떡볶이도 아니기 때문인가 보다.
잊었는 줄 알았는데 그냥 반갑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미 내 마음속에 너의 이름, 잔재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믿었는데... 흐려졌던 기억은 다시 선명해지고 너무 반복해서 늘어났던 필름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 소리내어 울 수 조차 없는 내 미약한 가슴을 다시 한 번 멍들인다 그래서 넌 영문도 모르는 죄를 또 지었다.
졸업 페스티벌.. 남들은 1월 시험준비로 정신없이 바쁜데, 말년 과대표인 죄로 며칠을 돌아다녀 어느 호텔 연회실을 빌렸다. 그리고.. 다들 나름 차려입고 파트너 동반해서 모였는데. 후배들이 와서 도와주긴 했지만 과대표 마지막 행사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실 그것도 오지랖이지만)난 그 사람 보란듯(?) 파트너 없이 혼자였다. 그 사람 파트너는 내가 봐도 멋있었다고 했지? 아무튼.. 그날 이벤트 중에, 이런저런 게임을 통해 가장 어울리는 커플을 선정.. 파격적(?)으로 경주 호텔숙박권을 주기로 했는데, 의도된 사심이 문제였어. 평소 각별한 복학생 형아를 밀어주기 식으로 선정한거지. 대부분 그러려니 하면서 끝난 거 같았는데, 행사후 낭패를 봤어. 몇몇 술취한 녀석들이 강력한 항의로 몰아부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 몰아주기식이다.. 주먹질만 안했지 쌍소리를 하면서 어찌나 해대던지. 나중엔 뜨거운 눈물이 다 나더만..여자 과대표랑, 측근 몇이 위로를 했지만 파트너도 없이,이러저리 뛰면서 혼신의 서빙으로 보냈던 하루. 싸나이 눈물이 날 정도로 그땐 지쳐있었던 같아. 지금 생각하면 더도 말고 삼류 드라마인데, 꼭... 이맘때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건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딴 사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안다는 것입니다 알면서도 자꾸 생각나는 것입니다.
「정의」 / 양재선 ♤.. Melanie Safka 노래처럼,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래도 오지랖 넓은 사랑은 내 뒷모습에 마음 아플 상대를 헤아려 차라리 먼저 돌아서주길 바라기도 하지. 더 아픈건 내 몫으로.. 근데.. 사랑에 피해자가 어디있남. ...藝盤예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