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별치고 슬프지 않은 이별이 있을까마는 그중에도 제일 슬픈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갖는 이별입니다.
거기에는 마음의 아픔과 눈물이 따릅니다. 사람의 삶이란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情)으로 이어져 있는 바라 그렇기도 하지만 이별의 마당을 당해서 그 정이 유독 솟구치는 데에 그런 것일까 합니다. 자기의 삶의 전부를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짧은 동안이건 긴 동안이건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그 아쉬움은 간절하기가 눈물로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이런 때는 사람이 약하다고만 할 것입니까. 그저 약하다고만 하기에는 세상물정 자체가 야속하고 무정한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가령 가을철 코스모스가 만발한 시골의 간이역(簡易驛)을 떠올려 보는 것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 때의 그 가슴 아픔은 그 코스모스의 낱낱의 꽃잎들이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또 그 흔들리는 몸짓이 사랑하는 사람의 애타는 몸짓이 되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그 쌀쌀한 날씨가 가슴에 싸늘한 섭섭함을 부어주고, 높은 하늘은 어쩔 수 없는 이별처럼 불가항력의 그것으로 느껴질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나 그뿐입니까, 땅에서는 세상의 바로 그것인 차가운 정적(靜寂)이 흐르고, 기적 소리는 말할 수 없는 이별의 말처럼 목이 멜 것이 아닌가요. 아니, 사실은 이런 것이 다 이별의 애감(哀感)의 총화(總和)가 되어 세상에 가득 차고 있을 것이 아닌가요. 이 말을 달리 표현해 본다면, 모든 풍경이나 사물은 이별의 슬픈 눈에 그 조역(助役)으로서 이별의 슬픔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주위의 풍경이나 사물까지도 슬픔으로 동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이별은 그 슬픔이 주관적(主觀的)으로 강합니다. 그래서 그 주관의 힘으로 주위의 풍경이나 사물을 슬픔으로 끌어 오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대를 보내고 홀로 돌아와 사립문 닫노니 해가 기운다 이별의 슬픔을 읊은 왕유(王維)의 시에도 그러한 주관의 강한 힘이 보입니다. 안 그래도 해는 저무는 것이언만 이별을 즈음하여 <사립문 닫노니><해가 기운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해가 기운다]는 사실이 그냥 어느 날과 같이 단순히 기우는 것이 아니라, 이별의 슬픔 그 자체가 되어 그의 눈에 비친 겁니다. 해가 기운다는 그 범용(凡庸)한 사실이 이별의 아픔을 당한 마음 위에서는 슬픔으로 밖에는 읽어지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립문도 어느 날엔 닫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도 어느 날과 똑같이 닫는 그 사립문은 아닌 겁니다. 이제 그리운 사람과 헤어진다는 것은, 그리운 사람 한 사람하고만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제반사(諸般事)와도 이별을 고하는 것입니다ㅡ그런 심정으로 사립문을 닫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헤아릴 수 없는 막막한 슬픔이 사실은 [사립문]을 닫고 있는 것이고, 또한 그를 도와 [해]가 기울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만가지 정감(情感)을 슬픔이라는 강한 일색(一色)으로 채색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해가 기운] 다음에는 적막한 어둠이 옵니다. 그것이 이별의 빛깔인지 모릅니다. ..... <폐원(廢園)이 된 정원 - 사립문 닫노니> / 朴在森 ...藝盤예반 *.*
Without Your Love · Roger Daltr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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