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편지에, 나에게 꼬집혀서 멍이 들었다고 했었지. 나는 사랑한 나머지 꼬집은 거요. 이곳에 있는 사이에 애정이 점점 강해지기만 하니, 다음에도 사랑이 식을 때까지 꼬집어주겠소. 약속하겠소, 나의 천사. 당신은 편지에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상상하고 있어요'라고 썼지. 나의 귀여운 안나, 내가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당신에 관한 일이오. 끊임없이 당신만을 생각하오. 마음속으로 쉴새없이 당신에게 키스하고 있오. '나에게 기쁨을 주고, 나를 황홀하게 하는그것'에게도 키스하오. 아아 그 키스, 그 키스의 방법은! 안나, 하품(下品)이라고 말하지 마시오. 도리가 없지 않소. 나란 사람이 그런 남자이니, 그것을 나무라지 마시오. 당신 자신은......당신은 나의 빛이요. 당신이 그러한 것을,최후의 미묘한 점까지 이해해 주는 것이, 나의 모든 희망이요. 나의 천사, 안녕(아아,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소) 당신의 발가락과 그리고 입술과 그리고......에 키스하오.
도서관을 나와 본관옆 오솔길을 지나 이방인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하숙방 연탄불은 안전할까..? 요즘이야 그런 걱정없지만, 그땐 옆방 녀석들이 밑불을 슬쩍 바꿔치기 하곤 했다. 오솔길로 가다보면 몇 기의 묘지가 있는데 권세있는 집안인지, 보기에도 꾸며진 석물들이 대단하다. 야심한 시간이라 푸릇푸릇 인불도 날아다니지만 가끔씩 사람 혼을 빼는 건 교내 청소부 아줌마. 징검다리처럼 보도블럭 조각을 하나씩 밟으며 가다보면 인기척은 없는데 어디선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따라 랜턴도 안 갖고 왔는데 으시시하다. 눈을 부릅뜨고 앞을 보며 가다보면 훤한 달빛아래서 짙은 작업복에 보자기까지 머리에 쓰고, 갈고리로 낙엽을 긁어모으는 청소아줌마. 가슴철렁, 진땀 쫙.. 짧은 순간 욕이 절로 나오지, 젠장, 하필 이 야밤에.. 한숨 돌리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달빛아래 그사람을 태운 버스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 藝盤예반 *.*
재물을 소유한 사람에게 그것을 분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또, 소유하는 사람들이 재물을 버리기 아까와하는 마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기를 기다린다는 것도 너무도 몽상이 지나칩니다. 나의 경우, 독점적인 소유가 참으로 어려운 것으로 되었고, 나의 행복은 주는 것으로 성립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죽음도 나의 손에서 대단한 것을 뺏지는 못할 것입니다. 죽음이 가장 많이 내게서 빼앗는 것은 붙들어 둘 수도 없는 재보, 자연적 재보, 즉 만인에 공통한 전유(專有)에 적합하지 않는 재보 뿐일 것입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재보라면 이때껏 만끽했읍니다. 그밖의 재보에 관해서는, 나는 산해진미보다는 시골집의식사를, 담을 둘러친 아름다운 정원보다는 공원을, 진기한 한정판 서적보다는 걱정없이 산보에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서적을 사랑합니다. 만약 또 어떤 예술품을 감상하려면 혼자서가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면, 그 작품이 아름다우면 아룸다울수록 나의 비애는 보다 많고, 기쁨은 사라질 것이리라. 나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을 늘리는 데에 있습니다.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는 만인의 행복을 필요로 합니다. < 나의 행복은 ...> / 지이드 ...藝盤예반 *.*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우리 사이에는 언제나 특별한 약속이 있으리란 것을 나는 알았어요. 그리고 그건 따스함과 친근함과 사랑과 진실과 존경의 약속이었지요. 우리는 수많은 사연들을 거쳤고 이렇게 멀리까지 왔어요. 그래서 나는 자랑스럽답니다. 우리가 어려웠을 때 우리의 약속이 흔들리지 않고 더욱 강해지고 충실해졌다는 것이. < 사랑과 진실 > / 레이 엘렌 디티 ...藝盤예반 *.*
... 혼자 있어도 고독하고 군중 속에 있어도 고독하다. 고독이란 누구에게나 있는 병. 나도 한때는 그 병에 걸려 자살까지 생각해 보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은 치료법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고독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더 큰 고독 속으로 뛰어 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외수> ...藝盤예반 *.*
그 시절.. 하숙생활이란게 황폐한 그것이다. 허허벌판캠퍼스 영역에 포함되어 있는 시골마을이다보니라이프스타일이야 뭐. 대부분 낡은 군복, 츄리닝, 슬리퍼.. 거기에 또 하나의 아이템, 자전거. 해저유물 수준의 다양한 고물자전거가, 중요한 하숙생활의 경쟁력이던 시절. 강의실로, 식당으로.. 캠퍼스 곳곳으로 젊음을 실어나르던 타임머신. 중도에서 아랫쪽으로 넓고 긴 아스팔트 슬로프가 있다. 그 끝 무렵 잔디밭에 스쿨버스가 도착하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다, 그녀가 도착한 즈음에 총알같이 내려간다. 깜짝 놀래키듯 스쳐 달려가며 "어, 이제 오네요?" ... 藝盤예반 *.*
아침, 눈이 뜨인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람의 눈을 크게 뜨고 끊임없이 나 자신에 경탄하기를 계속합니다. 슬픔 끝의 환희가 왜 환희 끝의 슬픔만큼 크지 않은 것일까? 그 이유는, 슬픔 속에 있을때 그대는 그 슬픔때문에 상실당한 그대의 행복을 생각하지만, 행복 속에 있을 때 그대는 그대 자신이 그 행복 때문에 면한 고통을 생각하는 일이 전연 없기 때문입니다. 즉, 행복한 것이 그대 본래의 진면목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처음부터의 감각과 심장이 지탱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일정량의 행복이 할당되어 있읍니다. 비록 조금일지라도 남에게서 그것을 방해당한다면 나는 손해를 본 것이 됩니다. 태어나기 이전에 나 자신이 생명을 요구했는지, 어떤지 나는 모르겠지만 살고 있는 지금 모든 존재가 나 자신의 당연한 몫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와 동시에 감사의 기분은 즐겁고, 또 사랑하는 일이 나에게 있어서는 깊고, 당연한 즐거움인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만큼의 바람의 애무까지도 나의 마음에 감사의 감정을 용솟음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