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나와 본관옆 오솔길을 지나
이방인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하숙방 연탄불은 안전할까..?
요즘이야 그런 걱정없지만,
그땐 옆방 녀석들이 밑불을 슬쩍 바꿔치기 하곤 했다.
 
오솔길로 가다보면 몇 기의 묘지가 있는데
권세있는 집안인지, 보기에도 꾸며진 석물들이 대단하다.
야심한 시간이라 푸릇푸릇 인불도 날아다니지만
가끔씩 사람 혼을 빼는 건
교내 청소부 아줌마.
 
징검다리처럼 보도블럭 조각을 하나씩 밟으며 가다보면
인기척은 없는데 어디선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따라 랜턴도 안 갖고 왔는데 으시시하다.
눈을 부릅뜨고 앞을 보며 가다보면
훤한 달빛아래서 짙은 작업복에 보자기까지 머리에 쓰고,
갈고리로 낙엽을 긁어모으는 청소아줌마.
 
가슴철렁, 진땀 쫙.. 짧은 순간 욕이 절로 나오지,
젠장, 하필 이 야밤에..
한숨 돌리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달빛아래 그사람을 태운 버스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 藝盤예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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