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딱 한잔이다. 그 다음에 마시는 맥주는 마시는 시간만 점점 더 길어지고, 평범해 질 뿐이다. 그 다음 잔들은 미지근하고, 들척지근하고, 지리멸렬하게 흥청댈 뿐이다. 마지막 잔은 어쩌면 끝낸다는 환멸의 감정 덕택에 어떤 힘 같은 것을 되찾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맨 처음 목으로 넘어가는 첫 잔은! 목구멍이라고? 첫 잔은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전에 시작된다. 입술에서부터 벌써 이 거품 이는 황금빛 기쁨이 시작되는 것이다. 거품 때문에 맥주는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쓴맛을 걸러낸 행복이 천천히 입천장에 닿는다. 첫 잔은 아주 길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벌컥벌컥 금방 마셔 버린다. 첫 잔은 본능적으로 탐욕을 채우기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맥주 첫 잔이 주는 기쁨은 하나의 문장처럼 모두 기록된다. 이상적인 미끼 역할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맥주의 양이다. 맥주를 들이켜면, 숨소리가 나고, 혀가 달싹댄다. 그리고 침묵은 이 즉각적인 행복이라는 문장에 구두점을 찍는다. 무한을 향해서 열리는, 믿을 수 없는 기쁨은 벌써 맛보아 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술잔을 내려놓는다. 네모 난 압지로 만들어진 컵 받침 위에 올려 놓은 뒤, 저만치 밀어 놓기까지 한다. 우리는 맥주 색깔도 음미한다. 우리는 모든 지혜와 기다림을 동원해서 지금 막 이루었다가 또 지금 막 사라져 버린 기적을 손에 놓고 싶어한다. 유리잔 바깥에 씌어 있는 맥주 이름을 만족스럽게 읽어 본다. 컵과 내용물이 서로 질문을 던지고, 텅빈 심연 속에서 서로 무언가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주문으로 만들어 영원히 소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태양이 와서 빛의 방울을 흩뿌려 놓은 하얀색 작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실패한 연금술사는 황금의 외양만을 건져낼 수 있을 뿐이다. 이제 맥주를 마실수록 기쁨은 더욱 더 줄어든다. 그것은 쓰라린 행복이다. 우리는 다만 첫잔을 잊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다. < 첫 맥주 한모금 > / 필립 들레름(Philippe Delerm)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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