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을 달군 햇살이
막내의 까까머리를 빛내고
대숲에서 불어온 바람은
큰형의 장발을 날린다
되새김질하는 누렁소가
꼬리를 쳐들어 파리를 쫓고 있는
돌배나무 아래 양지쪽에
미간을 찡그리고 선 형제들
다소곳이 옷긴 여민 셋째 형 곁에
나는 수줍은 듯 혀를 내밀고
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았다는
둘째형은 점잖게 뒷짐을 지고 있다
장독대 위로 걸친
다섯 개의 긴 그림자가
세월 속으로 기울어
도꼬마리 씨처럼 흩어진 형제들
삼십 년 저편 너머 사진 밖에서
활짝 웃으며 뜨개질을 하시던 어머니는
지금은 홀로 수의를 짓고 계신다

                < 가족사진 > / 정세기

                                                                       
        
                                 
... 藝盤 .



Jim Croce : Photographs And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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