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國) 햇빛 속에서 겁도 없이.

                 < 버클리풍의 사랑노래 > / 김동규
                                                                       
       
                                  ... 藝盤 .


Vera Lynn - A Nightingale Sang In Berkeley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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