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실 의자에 걸터앉아 심야버스를 기다린다 왼쪽 벽면에 붙박인 거울을 본다 거울의 얼굴엔 마치 벽 속에서부터 시작된 듯한 뿌리깊은 가로금이 심어져 있다 푸른 칼자국을 받아 두 쪽으로 나뉘어진 물상들 잘못 이어붙인 사진처럼 하나같이 접점이 어긋나있다 그녀의 머리와 목은 어깨 위로 서로 비뚜름히 얹혀있다 곁에 앉은 남자의 인중 깊은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멈춰선 톱니바퀴처럼 비끗 맞닿아있다 그 무방비한 표정 한 끝에 아슬하게 매달린 웃음을 훔쳐보던 내 눈빛이, 스윽 균열의 깊은 틈새로 날개꼬리를 감춘다 물병에 꽂힌 작약, 소스라치게 붉다 일그러진 둥근 시계판 위에서 분침과 시침이 포개 잡았던 손을 풀어버린다 이 모든, 아귀가 비틀린 사물들 뒤에서 아카시아 어둔 향기가 녹음의 휘장 속에 어렴풋 속을 보이고 그렇게 조금씩 제 각도를 비껴나가고픈 자신과 화해할 수 없는 것들의 초상이 벽 속에 있다 < 겨울 속의 벽화 > / 류인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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