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에는 밴드가 없어 어쩌다 '피닉스'란 문리대밴드에 섞이게 됐었다.
예전엔 '감초들'이라고 과밴드가 있었다더만,
공부에 지장있다고 교수진이 없애라고 했다나 어쨌다나.
 
남부정류장 근처 가정집 지하를 빌려 연습하곤 했는데,
음악적 기호나 정서가 전혀 맞지 않는 친구들이었지만
그냥 기타치는게 좋았어.
 
주로 과행사에 불려(?)가는게 주무대인 그 당시,
1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삼륜차에 용달비, 악기대여비.. 등등 빼면,
음식 대접받는게 남는 거였지.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이런저런 시험이 수시로 있는 과 특성상,
연습시간에 꼬박꼬박 갈 수도 없고
내일 시험인데 오늘 연주를 해야하는 일도 있다는거.
본행사 진행하는 동안 무대 악기 뒤 병풍 안쪽에 쪼그려 앉아
다음날 시험칠 책을 뒤적거리곤 했다.
캠퍼스랑 시내 곳곳에 붙어있는 공연포스터를 봤는지
그 사람이 한번은 걱정스레 얘기했네, 그만하라고.
 
근데 그만두지 않아도 됐어,
내가 잘렸으니까.
도저히 연습에 참여할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
 
그래도 멋진 시간이었어, 상처뿐인 외도였지만.
방학 후 연습실에 갔더니 내 기타는 팔아먹었더군,
첫 장학금받아 샀던 애마였는데.
 
그리고.. 그 학기에,
한 과목 과락했어.


                                       ... 藝盤  .


 

Precious Love - Bob W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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