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걷는 이 거리는 누군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거리일지 모르고 내 옆을 스치는 저
볼품 없는 여자는 누군가의 첫사랑인지도 모른다
나의 기쁨이 된 많은 것들은 그 불행의 씨앗으로
내게로 와 기쁨이 되었지만 나의 망각은 고요하고
둔한 것이어서 이토록 가로질러 가는 것이었다
햄과 참치캔과 달걀들이여, 두부와 문과 낮은 것들이여
내 뿌리치지 못하는 고향의 어느 풍경,
어느 그리움을 나는 배부름과 바꿔버리고
바닥으로부터 딱딱해진 불안의 곁에서 나는,
평화와 흰구름과 희생의 몫으로 흘러내리는
저 한없는 애원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누가 행복할 것인가? 어디에서 영원을 떠받들던
눈동자를 내려 멸종을 슬퍼하며
어디쯤에서 저 불행의 씨앗들에게 바치는
노역의 시련을 허락할 것인가?
바람은 불고 아름아움을 바쳐 키운
세상의 입들과 귀는 저 빛나는 햇살을 받아들여
눈이 부신데 나는 내가 뜯어먹다 버린 앙상한
뼈다귀 사이를 후회도 없이 걷는다


                 < 立夏府近 > / 박주택 

                                                     
             ... 藝盤예반 *.*
 




I'd Love to Change the World - Ten Years After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리고 푸른 어미꽃' ♬  (0) 2022.08.04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  (0) 2022.07.28
'과수원' ♬  (0) 2022.07.14
'아부지' ♬  (0) 2022.07.01
'에너렉시아' ♬  (0) 2022.06.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