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오늘부터 난 아저씨야

가벼운 가벼운 여름이야
아저씨는 지나가는 아저씨
웃는 아저씨
난 겨울 한강에 서 있던 아저씨가 아니야
난 고개를 숙이고 웃는 아저씨
작은 목로집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아름다운 당신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난 당신 아저씨야
당신 애인이 아니라 당신 아저씨
이름없는 아저씨
모자를 쓰고 마포 삼겹살집에 앉아
이룬 것도 잃은 것도 없는 황혼 아저씨
비 아저씨
빗물 고인 아스팔트나 바라보는 아저씨
난 당신 아저씨야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묻지 마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묻지 마
난 아저씨가 좋아
끄노 아저씨도 있지
프랑스에서 시를 쓰던
기인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아저씨
인생을 반납한 아저씨
난 당신 아저씨야
그동안의 먹구름도 천둥도 모조리 한강에
버리고 온 아저씨!


  < 난 당신 아저씨  
>
                                                     / 이승훈
                                               
                         ... 藝盤예반 *.*
 


JANE BIRKIN - L'Aquoiboni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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