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정거장에 멈춰 서서
뭉게구름 한 장 문득 머리에 이면
나도 구름버스 갈아타는 승객일 때가 있다

기다리는 차편은 오지 않고
종일 내달았던 하루 새삼 되새김될 때
푸른 물빛 펼쳤어도 배가 없어 막막해지는
바다와도 같아서
마음은 구름이라도 한 조각
하늘 깊숙이 들이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뭉게구름이라 불러주면 구름버스는 왜 저렇게
느릿느릿 散步로 더딘 굼벵일까
어떤 구름은 산 속에 들어 여태 목탄을 구웠는지
어느새 눈썹까지 태우고
승객에겐 노을 비낄 잠깐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이 정거장에 서 있노라면 물러터진 구름도
때로는 무거운 甲胄 껴입는지
우레 때리거나 번개 앞장 세워
예고 없는 소낙비로 쏟아져 내리곤 한다

하여 구름을 벌주려고 어느 법정이 세워진다 해도
낮달의 행로나 이끌다가 끌려나오는
저기 저 어리둥절한 오늘 저녁의 뭉게구름은
변덕 심한 이 법정의 피고는 아닐 것이다

             < 구름 정거장 > / 김명인

                                                                         
         
                                  ... 藝盤 .

해바라기 - 뭉게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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