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비는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떨어
진다. 중심에는 불연속의 얇은 커어튼, 집요하지만 가벼운 물방
울들의 느린 추락, 활기없는 끝없는 강수. 대기현상의 강력한
곳. 담 왼쪽과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져서는 무겁고 낱알이 된
빗방울들이 더욱 큰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이곳에서는 밀알만
한 크기. 저곳에서는 완두콩만한 것. 또 다른 곳에서는 구슬만
한 것. 창의 팔걸이 위로는 비가 수평으로 흐르고 그 아래쪽에
는 볼록꼴의 사탕 모양으로 매달린다. 나의 시선으로 불쑥 뛰어
드는 양철지붕의 표면을 따라 비는 매우 얇게 표면의 돌기와 파
문을 굽이쳐 흘러내린다. 인접한 빗물받이 홈통으로부터 비는
큰 경사없이 깊숙한 물줄기의 만족감으로 떨어지고, 갑자기 완
전한 수직의 선을 택해서는 거칠게 엮어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비는 깨져 빛나는 끈 모양으로 튀어간다.
하나하나가 특이한 모습이다. 거기에 특이한 소리가 응답한다.
모두 하나의 복잡한 메카니즘처럼 밀도있게 움직인다. 시계추
의 반동은 떨어지는 물방울의 무게. 괘종시계처럼 정확하고 아
슬아슬하게 수직선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 물받힘통의 쿨룩쿨
룩 소리. 떨어져내리는 미세한 소리들이 단조롭지 않게 섬세한
반향을 일으킨다. 활기가 없어지고 나서도 어떤 기계장치는 얼
마간 작동을 계속하고 점점 더 느려져 마침내 멈추기도 한다.
그래서 해가 다시 나타나면 이윽고 모든 것이 사라지고 눈부신
것들이 증발한다 …… 비가 왔다. 비가 온다. 마당에 내리는 비
를 바라본다.
< 비 > / 프랑시스 퐁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