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은륜이 굴러간다
엔진도 기름도 없이 오직
두 다리 힘만으로
은륜의 중심은 텅 비어 있다
그 텅 빔이 바퀴살과 폐달을 존재하게 하고
비로소 쓸모 있게 한다
텅 빔의 에너지가 자전거를 나아가게 한다
나는 언제나 은륜의 텅 빈 중심을 닮고 싶었다
은빛 바퀴살들이 텅 빈 중심에 모여
자전거를 굴리듯
내 상상력도 그 텅 빈 중심에 바쳐지길
그리하여 세속의 온갖 속도 바깥에서
찬란한 시의 月輪을 굴리기를, 꿈꾸어 왔다
놀라워라, 바퀴 안의 無가 나로 하여금
끊임 없이 희망의 폐달을 밟게 한다
바퀴의 내부를 이루는 무가
은륜처럼 둥근, 생의 노래를 부르게 한다
구르는 은륜 안의 무로
현현한 하늘이, 거센 바람이 지나간다
대붕의 날개가 놀다 간다
은륜의 비어 있음을, 無를 쓸모 없다 비웃지 마라
그 텅 빈 중심이 매연도 굉음도 쓰레기도 없이
시인의 상상력을 굴린다
비루한 일상을 날아올라 심오한 정신의 숲과 대지를 굴리고
마침내 우주를 굴린다
길이여, 나를 태운 은륜은 게으르되 게으르지 않다
無의 폐달을 밟으며
내 영혼은 녹슬 겨를도 없이 自轉하리라



               <
의 페달을 밟으며
- 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1 > / 유하       

                                                                       
        
                                  ... 藝盤 .


"Les Bicyclettes de Belsize" - Engelbert Humperdinck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대지기' ♬  (0) 2018.04.04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0) 2018.04.03
'새를 기다리며' ♬  (0) 2018.03.31
'거울에 비친 괘종시계' ♬  (0) 2018.03.30
'운동회 날' ♬  (0) 2018.03.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