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번 생은 베렸어 다음 세상에선 이렇게 살지 않겠어 이 다음 세상에선 우리 만나지 말자 ...... 아내가 나가버린 거실 거울 앞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나이가 있다 치자 그는 깨우친 사람이다 삶이란 게 본디, 손만 댔다 하면 중고품이지만 그 닳아빠진 품목들을 베끼고 있는 거울 저쪽에서 낡은 쾌종 시계가 오후 2시가 쳤을 때 그는 깨달은 사람이었다 흔적도 없이 지나갈 것 아내가 말했었다 "당신은 이 세상에 안 어울리는 사람이야 당신, 이 지독한 뜻을 알기나 해? " 쾌종 시계가 두 번을 쳤을 때 울리는 실내: 그는 이 삶이 담긴 연약한 막을 또 느꼈다 2 미터만 걸어가면 가스벨브가 있고 3 미터만 걸어가면 15층 베란다가 있다 지나가기 전에 흔적을 지울 것 쾌종 시계가 들어가서 아직도 떨고 있는 거울 에 담긴 30 여평의 삶: 지나치게 고요한 거울 아내에게 말했었다: "그래, 내 삶이 내 맘대로 안 돼" 서가엔 마르크시즘과 관련된 책들이 절반도 넘게 아직도 그대로 있다 석유 스토브 위 주전자는 김을 푹푹 내쉬고 < 거울에 비친 괘종시계 > / 황지우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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