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이는 얼굴이 선하다 그 등대지기도 그랬다 그의 일과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일어나자마자 깃발을 단 뒤 한바퀴 섬을 둘러보는 일, 잰 걸음으로 얼추 한 식경이면 그 섬을 일주할 수 있었다 나도 그런 곳에서 산보나 하며 살고 싶었다 한 식경이 너무 과하다면 몇 걸음 디디지 않아 이내 제 자리로 돌아오는, 어린 왕자의 알사탕 별일지라도 외로운 이는 마음이 고르다 그 등대지기도 그랬다 심심할 땐 바이블을 읽는다던 그는 할망당의 굿을 믿는 토종 인간이었다 하찮은 잡귀일지라도 박대해선 안된다는 것을 어질지 않은 탐라의 바다에서 애써 깨우쳤는지 그는 만물에 대해 겸허했다 외로운 이는 가슴이 저리다 안개 조짐이 있던 날 나는 떠났다 떠나는 나를 위해\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가 길게 길게 안개 신호를 울려주었다 짙어가는 연기 속에서 잦아지는 사이렌을 들으며 내 눈은 젖어들었다 아아 나의 등대는 이미 빛을 잃은 것이다 이제 내 가야 할 뱃길은 희미한 그림자 놀음, 누구는 나를 위해 안개의 나팔을 불어대고 누구는 또 나를 위해 안개의 올을 촘촘히 한다 < 등대지기 > / 진이정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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