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이는
얼굴이 선하다
그 등대지기도 그랬다
그의 일과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일어나자마자 깃발을 단 뒤
한바퀴 섬을 둘러보는 일,
잰 걸음으로 얼추 한 식경이면
그 섬을 일주할 수 있었다
나도 그런 곳에서
산보나 하며 살고 싶었다
한 식경이 너무 과하다면
몇 걸음 디디지 않아
이내 제 자리로 돌아오는,
어린 왕자의
알사탕 별일지라도

외로운 이는
마음이 고르다
그 등대지기도 그랬다
심심할 땐
바이블을 읽는다던 그는
할망당의 굿을 믿는
토종 인간이었다
하찮은 잡귀일지라도
박대해선 안된다는 것을
어질지 않은 탐라의 바다에서
애써 깨우쳤는지
그는 만물에 대해 겸허했다

외로운 이는
가슴이 저리다
안개 조짐이 있던 날
나는 떠났다
떠나는 나를 위해\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가 길게 길게
안개 신호를 울려주었다
짙어가는 연기 속에서
잦아지는 사이렌을 들으며
내 눈은 젖어들었다
아아 나의 등대는
이미 빛을 잃은 것이다
이제 내 가야 할 뱃길은
희미한 그림자 놀음,
누구는 나를 위해
안개의 나팔을 불어대고
누구는 또 나를 위해
안개의 올을 촘촘히 한다

               < 등대지기 > / 진이정

                                                                       
       
                                  ... 藝盤 .


The Sigit - Only Love Can Break M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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