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휴식을 위하여 싸움은 자유를 위하여 있었듯이, 그렇게 일요일은 우리에게 온다. 아침빵은 따뜻한 국을 위하여 구워졌듯이. 어머니는 아들을 위하여 남편은 아내를 위하여 즐겁듯이, 일요일은 그렇게 우리들의 집에 온다. 오월은 푸른 수풀 속에 빨간 들장미를 떨어뜨리고 갔듯이. 나는 넥타이를 조금 왼쪽으로 비스듬히 매면서, 나는 음부(音符)에다 불협화음을 간혹 섞으면서, 나는 오늘 아침 상사(上司)에게도 미안치 않은 늦잠을 조을면서, 나는 사는 것에 조금씩 너그러워진다. 나는 바쁜 일손을 멈추고 이레만에 편히 쉬던 신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의 남이던 내가, 채찍을 들고 명령하고 날카로운 호루라기를 불고 까다로운 일직선을 긋는 남이던 내가, 오늘은 아침부터 내가 되어 나를 갖는다. 내가 남이 될 수도 있고 또 내가 될 수도 있는 일요일을 가진 내 나라―이 나라에 태어났음을 나는 언제나 아름다워한다. < 일요일의 미학 > / 김현승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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