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벗어 놓은 신발이 있다 벗어놓은 게 아니라 버려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 짝쯤 뒤집힐 수도 있었을 텐데 좌우가 바뀌거나 이쪽저쪽 외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암전히도 줄을 맞추고 있다 가지런한 침묵이야말로 침묵의 깊이라고 가지런한 슬픔이야말로 슬픔의 극점이라고 신발은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부르트도록 끌고 온 길이 있었을 것이다 걷거나 발을 구르면서 혹은 빈 깡통이나 돌멩이를 일없이 걷어차면서 끈을 당겨 조인 결의가 있었을 것이다 낡고 헤어져 저렇게 버려지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내팽개치고 싶은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누군가 그를 완전히 벗어 던졌지만 신발은 가지런히 제 몸을 추슬러 버티고 있다 누가 알것인가, 신발이 언제나 맨발을 꿈꾸었다는 것을 아 맨발, 이라는 말의 순결을 꿈꾸었다는 것을 그러나 신발은 맨발이 아니다 저 짓밟히고 버려진 신발의 슬픔은 여기서 발원한다 신발의 벌린 입에 고인 침묵도 이 때문이다 < 신발의 꿈 > / 강연호 ![]() ... 藝盤 *.* |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나 그렇다는' ♬ (0) | 2017.09.13 |
---|---|
'백야' ♬ (0) | 2017.09.12 |
'삼십삼세의 가을' ♬ (0) | 2017.09.09 |
'가을 우체국' ♬ (0) | 2017.09.08 |
'감나무' ♬ (0) | 2017.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