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때.. 기말고사 준비에 다들 피곤할 즈음,
하숙방에서 이벤트를 했다.
삼계탕 파티를 하기로 한거지.
연탄불 위 커다란 찜통이 오늘은 닭들의 목욕탕이 된다.
꽤 큼직한 닭을 다섯마리나 준비했어.
4인방 중 오늘은 그 사람이랑 단짝 둘만 동참해서 남정네들이랑 어울리는데..
그 사람이 준비해 온 바늘과 실로, 각종 재료를 잉태한 배부른 닭을 꿰맨다.. 
꽤 자연스럽게 하네.. 난 그 사람의 손놀림을 물끄러미 지켜봤어.

 좁은 하숙방에 옹기종기 앉아 그럴듯한 냄새를 기다리는데,
책도 뒤적이다가.. 이런저런 얘기.. 기타도 치다가
문득.. 주변의 사물들을 하나씩 희뿌옇게 지워봤어.
말 많은 저 녀석도 지우고, 은근히 그 사람을 좋아하는 저 놈도..
책상도 지우고.. 꼬질한 옷장도..
벽에 기대 다리를 뻗은 채 책을 보고 있는 그 사람만 남는다.
 뒤로 묶었지만 약간 헝크러진 머리카락, 아래로 향한 커다란 눈망울..
더운 방바닥 땜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
살짝 갈라진 턱라인까지..
이제 잠시 후 둘이서 만찬을 하는건가..?
 이렇게.. 지금처럼만.. 언제나..그랬으면..


                                       ... 藝盤  .


 

매일 그대와 · 박학기, 조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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