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이면 세상에 그런 전쟁이 없어.. 압량벌에 사는 지리적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중앙도서관에 자리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고시파 터줏대감들을 비롯한 압량벌 하숙파들은 새벽2시부터 줄을 서는거야. 그런데 난, 시내에서 들어오는 그 사람을 위해 두개의 자리를 잡아야 하니. 일단, 도서관 문닫는 11시30분에 하숙방에 들어와서는 얼른 라면을 한 그릇 털어 넣는다.. 그리고는 옷을 입은 채로 새벽 1시50분까지 쪽잠을 청하지. 새벽 1시50분.. 이 방, 저 방에서 요란한 자명종 소리, 본능적으로 일어나면 곧 이어.. 깜깜한 바깥 골목을 흔드는 달음박질 소리들. 양 옆구리에 두 개의 방석, 그리고 양 손에 책보따리를 들고는 튀어 나간다. 별빛 아래 시골 밤길을 5분 남짓 달려 중도에 도착하면, 벌써 수십대의 자전거와 군상들이 배급줄처럼 줄지어 있다. 그렇게 정신을 일깨우고 서 있노라면, 투덜거리며 수위아저씨가 출입문을 열지.. 2시30분. 후다닥 들이닥쳐 적당한 구석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자리잡기에도 전략이 있어. 나란히 자리를 잡지 않어..비껴서 볼 수 있는 정도로 떨어져서 두 자리를. 그리고는 자리 셋팅(?)에 들어간다. 그럴듯하게 책과 사전.. 연습장 공책 등을 펼쳐놓지. 여기서 또 팁 하나, 펼쳐놓은 페이지의 내용 일부를 연습장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연필 깎은 껍질도 좀 흩어 놓고 반쯤 남은 우유팩도 하나, 구겨놓은 휴지도 몇 장.. 그리고는, 30분 정도에 한 번씩 자리를 번갈아 앉아 준다. 그렇게 몽유병 환자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몇시간을 보내고, 창밖 저만치 여명이 느껴질 무렵이면 내 몸이 발악을 한다. 얼마 후.. 시내에서 꽤 무리해서 일찍 등교한 그 사람. '고마워요~' .. 토끼눈으로 그 사람이랑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바로 자리에 엎어진다. 뿌듯함 속에 꿈나라로..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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