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에서 캠퍼스 본관까지는 오솔길을 지나 5분이 채 안걸려.
구불구불 흙길에 학교에서 보도블럭을 징검다리처럼 놔둬서,

하나씩 밟고 가면 묘한 맛이 있었다.
아침 이슬에 햇빛이 짠한 어느 아침,
가방을 걸쳐매고 숲길을 나선다.
오늘은 학생식당에서 그사람이랑 아침을 먹기로 했지.
 
저만치 앞걸음에 몇몇 학생이.. 앞에는 옆집에 하숙하는 여학생.
근데, 저기 앞쪽에서 뭔가 실랑이를 하는 거 같아.
앞 쪽의 여학생도 살짝 소리를 지르며 누군가를 피하고.
다가오는 어떤 남정네.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 흐트러진 매무새,
어~ 도서관 고시파 구역에서 가끔 보던 사람인데..?
불쑥 가로막으며 한마디 한다, 강한 제스처와 함께
'이봐요, 나랑 얘기 좀 할래요?'
귀한(?) 서울 억양을 듣는 순간, 느껴지는 알코올냄새.
동시에, 내 팔을 잡으려는듯 손을 뻗는걸 보면서
 빠른 걸음으로 피해간다.
뒤에서 멀어지듯 외치는 소리.
'야, 이 자식들아~ 내 얘기를 들으면 세상을 얻는거야~~'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어.
아침햇살 속 숲속.. 야생마의 울음같은 한 남자의 외침.
등 뒤에서 느껴지던 순간의 전율.. 적당한 공포.
나중에 안 얘기지만, 여러번 고시에 도전하고 있던 그 복학생
아내가 떠났다는군.
그 후로도 도서관에서 몇번 보긴 했던 그 남자,
가끔씩 떠오르는 기억 속의 주인공이다.


                                       ... 藝盤  .


 

Joseph McManners boy soprano) sings Morning has br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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