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에 빅토르 최라는 천막을 하나 치고 알전구에 몸을 데우다 보면 태양이라는 게 뭐 별건가요. 그는 캄차 트카의 화부였다는데 화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되 죠, 태양이라는 게 뭐 별건가요. 화부, 화부라는 직업 참 좋죠. 자고로 남자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볼 만 한 일이죠. 왜 거 있잖아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것도 알고 보면 모두 화부를 위한 작품이죠. 불 때는 남자, 그럴듯하지 않아요? 아궁 이에 불 넣는 남자. 태양이라는 게 뭐 별건가요. 바닷속 물고기의 눈동자에도 태양은 있어요. 하지만 깊은 밤에 잠들지 못하고 빅토르 최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태양을 등진 사람이에요. 스스로 태양을 피워 올리려는 사람이 죠. 거리에서 태양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말은 믿을 게 못되죠. 태양을 보려고 사막에 간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곳에도 태양은 없었어요. 착 각에 지나지 않아요. 그들이 태양이라고 믿는 것은 사실 태양이 아니에요. 태양은 그렇게 쉽사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하지만 뭐 따지고 보면 태양이 뭐 별건 가요. 태양다방도 있고 태양당구장도 있고 태양 뷔페도 있는데 알고 보면 그런 게 다 태양이지요. 눈만 감으면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게 태양이에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도 다 태양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태양다방의 아 가씨도 태양이에요. 그녀의 명함 속에 분명히 씌어 있어 요. <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에서 > / 박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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