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보면 훌쩍 훌쩍 뛰어오르고 물정 없이 핥으려고 혓바닥 을 들이대는 품이 못마땅해서다. 그러나 찡코만은 예외다. 찡코 ― 우리 학교 관사에 사는 조무원 아저씨 임 주사가 기르는 개. 에미가 진돗개와 발발이의 잡종이요, 애비가 도사견과 토종개의 잡종이니까 진돗개이기도 하고 발발이기도 하고 도사견이기도 하고 토종개이기 도 한 개. 강아지 때부터 학교 아이들을 잘 따르고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아 아이들이 좋아 하고 귀여워해 주는 개. 그러나 찡코는 버림받은 개. 한 배로 낳은 여러 형제들 팔려나가고 이웃 사람들 손에 들려갔지만 못 생겨서 아무도 선택해주지 않은 개. 그래서 에미 옆에서 오래 에미와 함께 사는 개. 찡코란 이름도 앞 이빨 두 개 송곳처럼 밖으로 튀어나와 아이들 이 붙여준 별명이다. 찡코는 주인이 먹을 것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므로 학교 쓰레기장이나 뒤지는 거지 개다. 떠돌이 개다. 주인이 있으면서 주인 없는 개다. 집이 있으면서 집이 없는 개다. 그런 찡코가 태어난 지 일년만에 새끼를 가졌다. 달이 차 땅바닥에 닿도록 늘어진 배. 며칠동안 눈에 띄지 않는다 싶었더니, 찡코가 몸을 풀었다 한다. 새끼는 무려 여섯 마리. 그 작은 몸통으로 어떻게 여섯 마리나 되는 새끼를 품었을까, 놀랍다. 새끼 낳고 첫 외출한 찡 코. 늘어진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고 뼈마디만 남은 다리로 비척비척 돌아다닌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학교 식당에서 쌀밥 듬뿍 말은 고깃국 한 그릇 몇 차례 챙겨서 주다. 개의 산후 조리를 해준 셈인데 그런 뒤로는 이 녀석 나만 보았다 하면 달려오는 거다. 운동장이건 교 실이건 식당이건 가리지 않고 달려와 꼬리를 흔들고 혓바닥을 내두르고 나중엔 찔끔찔끔 오줌까지 싸대니 난처한 일이다. 야 이 녀석아,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했잖아.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알아들을 필요도 없는 찡코는 그저 막무가내다. 아침 출근길 내가 교 문 앞에 들어섰다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관사 쪽으로부터 냅다 대각선으로 달려오는 찡코. 잡종개 중의 잡종개인 찡코. 진돗개이기도 하고 발발이기도 하고 도사견이기도 하고 토종 개이기도 한 찡코. 찡코가 뛰어다니는 학교 운동장 더욱 넓고 환하고 가득하다. < 찡코 > / 나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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