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만 다녀오면
자칭 중국통인 한 친구가 그랬다
- 미국 사람들, 참 좋겠다
좋은 양담배 피우지, 좋은 차 타지
하얀 2층 양옥집에 살지
영어 쌀라쌀라 하면서
영화배우같이 예쁜 여자들하고만 놀지
얼마나 좋을까
아아, 천국! 하고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 하고
한 다리 걸쳐야지, 하고
너 거기 자꾸 가는 것, 아냐?

그 친구가
내가 또 뉴욕 갔다 왔다니까
- 당장 보자, 고 한다
전화에서였다
다음주에 보자, 나 지쳤어 해도
- 하나 물어보자, 한다
- 9·11 테러 당하고
그 사람들, 아직도 기고만장이지?
너, 너무 하는 거야! 하며
내가 나무라는 투가 되었는데
그는 더 의기양양이다
- 천하의 -마-샬, 인 내가
총 오래 못 쏘아봐서
근질거리던 차였다, 아냐? 한다
- 그러니까, 너, 죽었다! 하는 것, 아냐?도 한다
나는 겨우 이런 말을 한다
미국 오만은 못 당하지.

그가 때를 만난 듯 덧붙인다
- 왜 때려! 왜 때려! 소리를 좀 더 해야지!
무슨 말이야? 하니까
- 왜 때려? 소리는 한 번 안하고
아니, 겨우 한 번인가, 하고
금세 5천 명의 열 배, 백 배를
죽여버리겠다! 하니 하는 소리야, 하고
- 때리기 전에, 갈기기 전에
오사마 내놔라! 소리를
몇 번 더 했어야지! 한다
몇 번? 하니까
- 세 번의 삼 세 번은 했어야지! 한다

세 번의 삼 세 번이면? 하니까
- 그랬으면, 난민도 사상자도 더 안 생기고
성님! 여깃수! 하고 내놓고 말 텐데, 한다
- 그 다음에 기고만장해도 될 텐데, 도 한다
가만히 있으니 또 한 마디다
- 호랑이가 쥐새끼 물어뜯는 것 봤니?
나는 기껏 이렇게 되받았다
중국은 왜 티벳을 다 죽였다니?
그가 무어라 했던지 기억이 없다

테러쇼크에, 보안검색에, 14시간 비행에
그리고 그 놈의 시차에
지쳐 떨어진 나는
사실, 어떤 분별도 쉽지 않았다
그냥 한 마디나 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이랬다
네가 당해봐라!

그 늦은 밤
그가 집으로 달려왔다
서울이 그 동안 어땠으니
미국 갔다는 친구가 걱정이었으니
한참 수다가 있은 다음
꾸벅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 알겠노라, 한다
- 너 아주 상해서 온 것을 보니
미국도 천국은 아닌 것을
알겠다,는 것
그래서 나는
미국이 멀어서야, 했다
그는 내 말을 이렇게 받았다
- 그래, 미국은 멀었다.

 
                    < 미국은 멀었다 > / 박의상     
 
   
                                             
                                    ... 藝盤 *.*          
 
 
Electric Light Orchestra - Calling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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