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것 없이 사흘 동안 비 내렸다 빗길 그 사이에 점자처럼 도드라져 있는 파릇한 상처를 밀어 올리며 당신 꽃피었다 숲과 나무가 천천히 스미듯 땅과 비가 천천히 스미듯 젖는 일이란 제 속의 마디를 끊어내는 일이었다 제 속으로 새 마디를 하나 새겨 넣는 일이었다 당신이 내게 소리없이 스미어왔던 것처럼 내게 스미어 내가 모르게 된 것처럼 천천히 스미기 직전의, 수만 떨림의 촉수를 뻗었던 누군가가 내 인생에도 있었음을 알겠다 가슴 속 상처가 스민 그 자리에서 길을 더디게 걷는 일처럼 소리도 없이 서로 스미려고 그 얼마나 비오고 바람이 불었는지 몇 날 비오고 바람이 불었는지 몇 날 비 젖고 있는 창 밖의 풍경처럼 적조하고 단조로운 음절도 때론 사무친다는 것 어느 사랑이 비의 경전에 귀기울이며 젖는 일에 저토록 몰두할 수 있단 말인가 창 밖의 풍경은 또 훌쩍 키가 자라고 마디진 길을 배회하던 기다림은 더 푸르러지려니 당신을 새겨 넣은 내 푸른 상처는 또 얼마나 오래도록 파닥이며 반짝이겠는가, 빗물 다 스민 자리에 나무는 또 푸른 물기 스민 잎을 햇빛 속에 가득 새겨 놓는다 < 상처가 스민다는 것 > / 강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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