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파트에서 내다보면 길은 저 혼자 두리번거리며 불암산을 오른다 낮달이 우두커니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가끔은 유익종의 노래가 이성복의 시보다 더 아프게 들렸다 봄이면 나무들이 초록으로 각혈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지만 세월은 그렇게 시 한 편 없이도 잘 흘러갔다 몇 사람은 나를 떠나갔고 나는 또 몇으로부터 떠났다 안녕, 그리워, 사랑해 따위의 사람들의 언어는 거의 전부가 아프다는 뜻으로 쓰였다 지하철에 한 번 오를 때마다 빨리 늙어가고 싶은 몸이 서둘러 문을 열었다 닫을 뿐이었다 누군가 힘들게 나에게서 낙엽져 내렸고 나는 그 낙엽을 밟으며 텅 빈 숲에 가닿고 싶었다 < 겨울 숲> / 김우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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