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은 내리지 않았다 강가에는 또다시 죽은 아기가 버려졌다 차마 떨어지지 못하여 밤하늘에 별들은 떠 있었고 사람들은 아무도 서로의 발을 씻어주지 않았다 육교 위에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여자가 앉아 있었고 두 손을 내민 소년이 지하도에 여전히 엎드려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소년원에 간 소년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미혼모보호소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집 나온 처녀들은 골목마다 담배를 피우며 산부인과 김과장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돈을 헤아리며 구세군 한 사람이 호텔 앞을 지나가고 적십자사 헌혈차 속으로 한 청년이 끌려갔다 짜장면을 사먹고 눈을 맞으며 걷고 싶어도 그때까지 눈은 내리지 않았다 전철을 탄 눈 먼 사내는 구로역을 지나며 아들의 손을 잡고 하모니카를 불었다 사랑에 굶주린 자들은 굶어 죽어 갔으나 아무도 사랑의 나라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기다림은 용기라고 말하지 않았다 죽어가는 아들을 등에 업은 한 사내가 열리지 않는 병원문을 두드리며 울고 있었고 등불을 들고 새벽송을 돌던 교인들이 그 사내를 힐끔 쳐다보고 지나갔다 멀리 개 짖는 소리 들리고 해외 입양가는 아기들이 울면서 김포공항을 떠나갔다 <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 정호승 ![]() |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과 이미 사이' ♬ (0) | 2017.01.13 |
---|---|
'겨울 숲' ♬ (0) | 2017.01.12 |
'신념' ♬ (0) | 2017.01.10 |
'겨울 들녘에 서서' ♬ (0) | 2017.01.09 |
'어느 날 찾아온 손님' ♬ (0) | 2017.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