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바다의 끝까지 데려다 주고 교실로 들어선다 오전에 읽던 죽은 사람들의 책은 아직 열려 있고 칸나는 한발짝도 여름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봉화촌의 아이들 산에서 멀거니 아버지를 잃어버리는 아이들 오늘은 굿당이 조용하고 수평선은 일전의 자리로 돌아가 있다 소나무 숲이 여자들의 헝겊을 아직 매달아 주고 달을 바라보는 칸나 분교의 지붕에는 소금기가 많이 남아 있다 방금 바다에서 올라간 구름들이 서성거리고 가까운 집에서 기침소리가 난다 깨진 유리창으로 들어서는 바다는 발이 퉁퉁 불어 있고 선착장까지 데려다 준 길들이 고개 들어 힐끗 교실을 바라보고 있다 칸나의 뿌리 속으로도 해풍에 녹스는 어둠이 자리잡고 이곳을 떠나면 죽음의 나라 나는 낡은 풍금의 페달을 밟으며 로오라를 이름 부른다 낮은 구름들이 웅성거리며 섬의 주위로 내려온다 풍향계를 바라보면 바람은 나에게 들키고 페달을 밟고 있는 나의 리듬이 자꾸 어둡고 깊어질 때 바다는 잠시 그의 품안에 들어서는 물고기나 여름의 난류를 허락하고 있는 것 같다 로오라 나는 언제 온몸의 외로운 이끼를 씻고 그대의 낯익은 고장으로 달려갈 것인가 봉화대는 늘 어둡고 어두워져 있고 < 슬픈 로오라 > / 이문재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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