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은 궂은 꿈만 꿉니다. 달고 긴 낮잠, 혹은 둠벙의 송사리떼 잡는 꿈. 낡은 소쿠리 틈새로 꿈은 달아납니다. 모자채양 만큼 짧은 매점 지붕 밑에서 비맞고 있는 벤취, 또는 동상을 보아도 나는 웃을 수가 없습니다. 바람에 휘몰리는 나무, 사이사이로 드러나는 간판. 도시 안의 공원은 환각처럼 조용하고 한 순간의 꽃, 한 순간의 하늘과 함께 웃는 얼굴들을 사진 속에 담아 주기 위하여 나는 서성입니다, 벌써 몇 년째. 오늘은 배드민턴을 치는 아이들도, 하릴없는 노인들도 손잡고 걷는 연인들도 없습니다. 빗발은 바람에 불려 허공에서 울고 나는 비를 피하기 위하여 매점 지붕 밑에 서서 갈 수 없습니다, 어머니, 어두운 고향을 나는 갈 수 없고, 궂은 날은 불 아직 켜지지 않은 저녁의 고향집을 불쑥 찾아가는 궂은 꿈만 꿉니다. < 공원의 사진사 > / 장석주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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