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켈란젤로는 자기가 만든 대리석상을 바라보며 매양 침울한 표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언제나 보다 더 아름다운 것에의 추구를 그치지 아니했던 것입니다.
   한결 더 아름다운 것...  이를 갈망하는 건 훌륭한 목적이 될 수 있으며,
   더 높고 더 오래가는 아름다움을 찾아 내려 하는 손은 그만치 더 힘세고 근면하고 또 세밀하지 않으면
   안될 줄 압니다.
   믿어 보기도 전에 실망하고 가꾸기도 전에 낙심하며 주어 보지도 않고 지레 빼았아 버리는 일과는
   반대로, 주고 더 주며 믿고 또 더욱 믿는 끈기와  침착함과 한없이도 꿈꾸는 마음을 갖지 않고선
   아무 것도 찾아 내기 어렵습니다.

     위에서 말한 미켈란젤로가 하루는 성당을 세우는 공사장에 나가 보았습니다.
   쓸모가 없어 내버린 몇 개의 돌이 아무렇게나 내굴려 있는 데에서 그는 거의 한나절을 서성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다가 해도 다 저물었을 무렵 그는 결심을 하고 공사장 감독에게
   버려진 돌 한 덩어리를 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필요하면 그냥 가져가시오. 한데 대관절 이 못생긴 돌을 무엇에 쓰렵니까?"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고요히 확신에 넘쳐 대답했습니다.
   "한 사나이 때문이요. 이 돌 속에 갇혀 있는 한 남자를 풀어 주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구료."  
   그리하여 미켈란젤로는 그 돌을 쪼아 불멸의 소상(塑像)하나를 더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시들리는 것에 비해 보존하는 능력이 더 값어치 있듯이, 보존에만  그치지 않고
   더욱 허공에서 불러 내는 창조의 힘이 있다면 이 오죽이나 큰  보람이겠습니까.
   그러나 지혜 있는 이는 능히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봅니다.
   이미 오늘날의 과학이 물에서 전기를 일구어 내고 그 전기를 통해 바다 양켠의 사람들이
   육성의 대화를 손쉽게 나누는 일인들 기실 놀랍거니와, 정신의 영토 그 안에서도 장엄히 불붙혀 올리는
   응려한 교환(交歡)과 신심(信心)들의 분류(奔流)는 참으로 얼마나한 경악(驚愕)이겠습니까.  
   아니 더 소박하고  느긋하게 훨씬 음성을 낮추듯이 가만가만 얘기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사랑한다는 말 한번도 쓰지 않고 평생을 사랑하기만 하는 두메  산골의 의 좋은 부부나
   신앙의 겉치례를 하지 않고도 신의 마음을 가장  흡사하게 본따 사는 사람들의 그 어여쁨 같은 것을......
   불후(不朽)의 충실(充實)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 참으로 한번 태어났던 생명을 몇번이라도
   거듭 소생시키는 생명의 저력(底力), 실로 거기에서만  가능하리라 여겨 집니다.
   뿌리를 갖지 못한 나무를 덧없게 보는 심리 그대로 정신의 저력을 전혀 못 가진 사람 역시 \
   연민의 대상일 뿐입니다.  연민의 내용인 모멸, 모멸의 이름 속의 그 엄청난 치욕을
   우리는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자기의 한계를 넓혀 가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능력과 사랑을 무한히 부풀려 내려면
   그 사람 자신은 가장 작고 겸손해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도 말했던 것 같지만 육체는 벌거벗은 상태를 수치스러워하고
   정신은 옷을 입었을때 부끄러워합니다.
   벗은 정신 그리고 무구(無垢)한 영혼으로 있으면서 생명의 의미를 확대하고
   또한 스스로를 위해선 검약하되 모쪼록 인색하지 않은 수급자(授給者)가 되고  싶습니다.

   한 젊은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 먹이는 시간마다 가장 깨끗하고 어여쁘게  단장을 한다는 얘기는
   퍽도 아름다왔습니다.  
   성당 제탁(祭卓)위에 밤새도록 켜  두는 성체등(聖體燈)의 빛 둘레.......그처럼도 신성하고 환한
   이야기라  여겨졌었습니다.

      흔히 주되 누구에게 줍니까.
   우리가 주지 않으면 그 그릇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부터 주어야 합니다.
   한 사람밖에 어머니를 못 가지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남편에게 더욱 많이 주어야 합니다.
   사생할에 연결되는 가족들에게 먼저 흠씬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말이 어쩌면 
   시야가 좁은 얘기로 들릴지 모르나, 나의 생각으론 우리 나라만큼 사생할을 등한히 하고
   자기의 가족을 소홀히 여기는 나라가 없는 것만 같습니다.  아내에게 사랑을 표시한다는 풍속은
   실없이 군자의 위엄을 깍아 내리는 줄 알았던 사람들 때문에 우리의 남편들 또한
   어려서 아내를 아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별반 보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이 얼마나 삭막하고 불행한 교육이었습니까?
   우리 연대(年代)에 와서나마 부부간의 애정은 물론 냉엄(冷嚴)만을 일삼지 않는 부정(父情),
   그리고 더욱 훈훈한 모정에 감싸여 마음껏 단란한 가정 풍경을 이루어 살고 싶습니다.

   To be Continued.....

                                                                                   <진실로 사랑하기 위하여> /김남조

                                                                                                                                                          ...藝盤 예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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