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을 위로하지 못합니다.>  이 말은 어느 뛰어난 설교가(說敎家)의 저서에서 읽은 한 귀절이지만,
   반드시 옳게 말했다곤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위로를 받고 있으며 때로 그 위로는
   흡족한 수량(水量)으로 도도히 흐르는 큰 강을 이루기도  합니다.  
   그 사람 때문에 기쁘다는 이런 마음이 불시에 백만의 등불을 켜고 세찬 전율(戰慄)의 희열로 부풀어
   오르며, 훈훈한 수증기가 무변(無邊)의 안개같이 또는 봄 아지랭이 같이 서려 오를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땐 소중한 사람이 우리를 버리고 멀리 가 버린 듯 싶기도 했었으며,  기실 그 때문에
   비탄의 수렁으로 처참히 굴러 떨어지기도 했지만 우리의 생명이 다하기 전에 종내 다시 돌아 와
   주었다면 이 또한 얼마나 값어치 있는 위로요 축복이겠습니까.

   받아 들이는 일이 하나의 용단이라면 돌아 오는 일은 그 이상의 용단일 줄 압니다.  
   자존심을 꺾고 그 사람을 다시 맞는 일에 비해, 자존심을 포기하고 탕자(蕩子)의 귀향(歸鄕)을 수긍하는
   어떤 겸허한 행동 앞에 더욱 영접을 후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돌아 오라 다리위에
   그 여자 만약 돌아 온다면
   나는 말하리라
   아아 기쁘다라고

   이 한 절의 시구(詩句)는 생각 날 적마다 항상 나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습니다.
   내게도 떠나 가버린 사람이 있었지만 끝내 잊을 길이 없어 다시 돌아 오게  했습니다.  
   진실로 내 영혼에의 통로 그 어디쯤까지 돌아 와 주었는지 익히 알  수가 없으나마,
   내 마음은 기껍고 고맙고 마치도 녹슨 은 촉대를 환히 닦고 기름한 새 초를 갈아 꽂는 것만 같았습니다.  

   주저없이 불을 댕겨 붙였습니다.  만약에 또 그 사람이 나를 떠나 가게 되더라도
   내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에 다시 돌아와 준다면 거듭 몇번이라도 위와 같은 의미가 생겨 날 줄로
   나는 믿으며, 더구나 그가 확신에  넘쳐서 내 이름을 불러 주면 참았던 눈물의 둑이 터지고
   부끄럽지도 않으며, 잃어버란 시간을 타산하는 일도 없이 오히려 동녀(童女)처럼 호곡한들
   무어 나쁘겠습니까?

   계산하는 총명은 때로 진실을 요약하고 귀결짓는 총명과 별개의 것이던 일을
   나는 여러번 보아 왔다고 증언하고 싶습니다.
   부유(富裕)라는 말의 그 뜻조차 분량으로 많이 가짐을 일컫지 아니하고 정녕 요긴한 걸 놓치잖는
   그런 이치의 것일 줄로 여겨지거니, 하물며 여인의 한평생 무류(無類)의 빈객(賓客)이라 부를
   그 한사람을 잃는대서야 차마 비탄과오욕(汚辱)을 어찌나 견디겠습니까.  
   떠나가 버린 남편이 있으면 여인이 기어코 데려 와야 하겠습니다.
   자잘한 수치(數値)에서야 억울하고 분하고 아쉬웠다 해도 차라리 얼마든지 밑져 주고서,
   가장 큰 단위의 묵직한 주산알 하나에선 끝내 이를 확보하는 궁극의  합리만을 꼭 성취해야 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격정과 비탄을 무섭게 참으며 너그러우며 마침내 뜻에 달하고
   귀중한 것을 아니 놓치는 그런 슬기로운 처신(處身)을 이루어야 합니다.
   절망은 죽음이 와 버리는 일 그것 뿐입니다.  만약에 죽음이 와서 귀중한 누구를 영영 빼앗아 갔다거나
   하면, 그래서 맨주먹으로 바위를 부수려 하듯이 쾅쾅 운명의 돌문을 피흘리며 두드릴 그때에만
   돌문 그 너머서 절망의 신음이 울려 옴을 어쩔 수 없다고나 할 것인지,
   아직 얼마간의 시간이 우리 곁에 있고 생명이 남아 있어 모든 행위와 의지(意志)의 기반(基盤)이
   되어 주고 있을 적에야 섣불리 무엇 때문에 절망 하겠습니까?  
   심지어는 죽음이 가로 놓여 있을  때라 해도 그 딱딱한 사구(砂丘)에 한가닥 청신한 샘물을
   뿜어 올리게 할 그런 구원(救援)과 위로를 가르치는 종교도 있는 것을......

   위로 있음을 긍정하고 손쉽게 비애(悲哀)를 사귀지 말며 생활을 옳게  갈(耕)고
   마침내 큰 보람을 거두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진실로 사랑하기 위해서 선택한 이를 결코 잃지 않는 여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진실로 사랑하기 위하여> /김남조

                                                                                                   ...藝盤 예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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