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

손가락에 매달리지 말고 달을 바라보라던 육조 혜능을 떠올린다. 자꾸 멀미가 난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벽에 걸린 괘종시계의 기척소리 듣는다. 창가로 스며들어온 달빛 속에서 시계바늘들 과녁에 꼿힌 오래된 화살처럼 새벽 세시의 정거장을 재각재각 가늠질한다. 길의 안쪽에 숨은 톱니바퀴의 눈치를 보며 멈추어 서서 제 길들 바짝 움켜쥔다. 각자 제 길들 끌고 간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른 시계바늘들 여전히 방바닥으로 뛰어내리고 싶어할 뿐, 달덩이를 닮은 둥근 시계추도 더 이상 뼈만 남은 손가락들 쫓아가지 않겠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문득 공중에서 곤두박질치는 초침 소리가 채찍처럼 내 귓가를 휘갈긴다. 머리에 못이 박혀 있지만 재깍재깍 걸어가는 저 검은 손가락을 보라는 듯, 괘종시계는 죽은 시계바늘인척 방바닥에 누워 있는 나를 가물가물 내려다본다.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다. 정말로 걱정이 되는 건 제멋대로 쏟아지는 모래폭포시간 속에서 왜, 한없이, 더디게 흘러가는 손톱 만한 달에 다가서지 못하는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려고 잠시 달이 떨어트린 부스러기 그림자다. 나는.                  < 잠 못 드는 달 > / 정하선                                                     ... 藝盤예반 ＊.＊  따로 또 같이 / 별조차 잠든 하늘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