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여자, 가스레인지 앞에서 까만 머릿결을 추스르고 있다 불끈 일어나 뒤에서 껴안고 싶다 불꽃의 아우성처럼 사랑도 점화된다면 밸브를 늘 열어두어야 하리 파란 불꽃이 신호등을 켜면 마음이 먼저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사 올 때부터 열어놓았던 창에서 추운 입김이 쏟아져 나온다 幻風에 시달린 것일까 손을 뻗자 끄르륵 소화불량이던 창이 트림하며 닫힌다 체증이 내려간 자리는 허전하고 반지하 공기는 커피 맛이 난다 곤두서는 날들, 라면이 부글부글 끓어 넘친다 달아오르지 못한 것들만 둥둥 떠다닌다 아침인데도 이웃 반지하에서는 새댁의 신음 소리가 젓가락질 사이로 들려온다 남들 발자국 높이에는 보이지 않는 확성기가 설치돼 있군 흘리지 않도록 라면을 먹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조심스러웠는지 창 밖으로 고양이가 살짝 울고 지나간다 순간, 젓가락을 내던지고 밥을 다시 얹는다 옆집 냄비가 센불에 끓어 넘치는 소리 들린다 < 반 지하의 아침 > / 장승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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