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끝내 그가 죽었다는 기별이 왔다 고사목 뒹구는 허연 달빛 속을 밤새 헤매다 새벽 강 건너 안개에 싸여 오랜 벗인 마른 잎새 적멸 곁으로 갔다 가을 나서 겨울까지 하늘처럼 이고 살아온 목숨의 세월 외로움은 또 다른 감옥이었다 가슴에 붙은 이름 석 자를 떼어 한 잔의 눈물을 남기고 끝내 그가 떠났다는 기별이 왔다 죽음은 삶에 비하여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 우리의 인생이 반줄로 묶일 수 있구나 생각하며 남은 자를 위해 남겨둔 그의 생애의 빈 칸에 그를 기억하는 몇 사람을 대신하여 나는 또박또박 못을 박았다 이제 그가 이승에 남긴 시간은 땅에 닿기도 전에 딱딱하게 굳어져 마른 포도 위를 뒹굴다 부스러지고 외로운 그의 영혼은 이 도시의 은하와 가로등 불빛이 이룬 노을의 금물결 속을 떠돌리라 < 서시 > / 이승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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