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잰걸음으로 바삐 걷다가도 나는 이쁜 길을 보면 멈춘 채 그 길이 하자는 대로 하고 싶네 내 발목을 잡는 길은 큰길이라기보다 오솔길 양쪽 가생이의 나무 무늬에 기대어 무슨 나무더라? 손때를 묻히며 이리 뜯어보고 저리 세어보고 길을 문 채 날아가 열 갈래 만 갈래 하늘 가득 길을 열어젖뜨리는 새처럼 겨드랑이 속 가벼움이 깃털 돋아나도록 두 팔 치켜들기도 하면서 길섶에 묻어둔 풀벌레 우는 소리에 귀를 열어놓는가 하면 내가 홀리는 길은 또한 옆구리에 호수를 품고 있어 그 뺨 위에 내 얼굴 갖다대다가 산 능선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정작 그 길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호수에 빠질 때면 나도 따라 한드작한드작, 오뉴월 염천이 눈총주면 눈시울 따갑게 그 눈총 다 받으면서 서성거리다가 내가 너의 길이 되고 네가 나에게 길이 되려면 외줄을 잘 타야 한다고 길눈이 어두운 내가 어느 날 염낭거미처럼 둥근 집을 짓기 위하여 바람을 타고 사람들 속에 파묻히는 것이었네 < 길에 홀리다 > / 백연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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